토론회 내홍 수습 국힘, 선관위원장 '뇌관' 남았다
원희룡 "이준석 '尹 정리' 발언 들었다" 증언
경선 주도권 경쟁에서 윤석열, 기선 제압해
잠시 냉전 시작됐지만 '선관위' 구성이 뇌관
李, '서병수' 카드 버리면 대선주자 경선 전면에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8.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입이 멈췄다.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맞서 자기 정치를 펼치던 이 대표가 잇단 독단적·돌출 행동을 보이자 당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리더십에 타격을 받은 이 대표가 침묵 모드로 전환한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특별한 모두발언이 없다"며 말을 줄였다. 지난 6월 취임 후 이 대표가 공식 회의석상에서 발언을 생략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페이스북 활동도 지난 15일을 기점으로 멈췄다. 이 대표가 지난 일주일(10~15일) 동안 게시한 페이스북 글은 총 17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의 토론회, 윤석열 캠프의 '이준석 탄핵' 발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통화 녹취 유출' 등에 직접 대응했다.
당 운영과 경선 관리에 직진 정치로 일관했던 이 대표에게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증언이 큰 타격을 줬다. 17일 대권주자인 원 전 지사가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이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직접 들었다"고 밝혔다. 당 안팎에서 이 대표의 경선 관리에 불공정 논란이 불거졌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의 페이스북은 지금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이들의 악플로 가득하다"며 "1위 후보와의 갈등을 더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로 해결할 수 없는 지점이 온 게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이준석의 '자중모드'로 시작된 尹-李 냉전…갈등 불씨는 여전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주택 국가 찬스 2호'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8.17. [email protected]
이 대표의 침묵 모드에 윤 전 총장과의 갈등은 일단 봉합 수습을 맞았다. 그러나 당 대표가 언제까지 입을 다물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원 지사는 이날 YTN과의 인터뷰에서 "왜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말과 자신의 행적으로 인해서 나오는 부분들에 대해서 깨끗이 해소시키지 않는지 저는 그것도 의문"이라며 이 대표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그는 국회 소통관에서 공약을 발표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단칼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시라"고 당부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매우 복잡하게 엉킨 줄을 알렉산드로 대왕이 칼로 잘라 해결했다는 전설에서 나온 표현이다. 원 전 지사의 비유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금 대담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태를 마무리한 뒤, 당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를 구성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 대표의 의중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대표와 대선 주자 간 대립의 뇌관은 여전히 남아있다. 바로 선관위의 구성이다.
윤석열·원희룡 캠프에서는 서병수 경준위원장을 선관위원장 자리에 올리겠다는 이 대표에 이미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상태다. 경준위에서 토론회를 밀어붙인 서 위원장을 공정한 인사로 볼 수 있냐는 불만이다.
당 내부에서도 서 위원장을 고집해 공연히 갈등을 키울 필요가 있냐는 조언이 나온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처음에 (토론회) 절충안을 김기현 원내대표가 제안했을 때 서 위원장이 받지 않고 토론회를 강행했다. 당연히 윤석열 캠프에서 (서병수 선관위원장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며 "새로운 분으로 가져가야 된다"고 제안했다.
이제 이 대표의 선택이 남았다. 서 위원장을 선관위원장으로 앉히며 '마이웨이'를 하느냐, 아니면 당내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제3의 인물을 영입하느냐의 기로에 선 것이다.
이번에는 이 대표가 물러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원 게시판에는 이 대표의 '탄핵'을 거론하는 글도 많다"며 "이 대표가 고집을 꺾지 않으면 수세에 몰린 걸 어떻게 해결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서 위원장을 밀어붙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정무적으로 판단했을 때 (서 위원장을) 그대로 갈 것"이라며 "만약 이 대표가 서 위원장을 교체하는 순간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게 되는 거다. 이대로 윤 전 총장에 힘을 빼앗기면 이 대표로서는 더 큰 위험이 온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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