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강해진 트럼프, 비싸진 '동맹 청구서'[트럼프 스톰①외교·동맹]
손익 기반으로 동맹 평가…한미 방위비 재협상 가능성
첫 임기 당시 주한미군 불만…북미회담 카드 활용 우려
우크라·중동 전쟁 종식 추진…對中 외교 한국 영향 주목
[웨스트팜비치=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1월6일 플로리다 웨스트팜비치에서 승자연설을 하는 모습. 2024.12.30.
손익 기반 동맹관 여전…'조기 합의' 방위비 재협상하나
1기 집권 기간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을 상대로 50억 달러(약 7조3600억 원)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었다.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는 그 금액이 100억 달러(약 14조7300억 원)로 크게 뛰었다. 그는 한국을 '머니머신(현금인출기)'으로 칭했고, 바이든 행정부의 방위비 분담 협상을 수치스러운 일로 평가했다.
일단 한국과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시기인 지난 10월 이미 2026~2030년 방위비 분담금을 다루는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조기 타결한 바 있다. 2026년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 대비 8.3% 인상하고, 이후 2030년까지 매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올리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미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을 요구하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 합의 기준 2026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1조5192억 원인데, 100억 달러라는 요구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더라도 트럼프 당선인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칠 것이라는 평가다.
북미 정상회담 재추진하나…'주한미군 카드' 흔들 가능성
[파주=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임기 시절인 2019년 6월30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북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는 모습. 2024.12.30.
이와 관련,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주한미군 현 수준 유지 및 확장억제 강화 계획을 담은 2025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 서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백악관을 돌려받은 트럼프 당선인이 전임자가 서명한 사안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첫 임기 당시 NDAA 거부권 행사 전력이 있다.
북미 정상회담 재개 여부도 주목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북미 대화를 추진할 경우 '한국 패싱' 상황에서 주한미군 및 한미훈련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하노이 노딜 여파와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 복잡성으로 북한은 당분간 우선순위에서 밀리리라는 분석도 나온다.
유럽도 안심 못 해…우크라전 종식 전망 속 나토 향방 주목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권위주의 지도자와의 관계를 과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은 이런 국면에서 우려를 더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나토 회원국의 기여가 충분하지 않으면 '뭐든 푸틴이 원하는 대로 하도록' 독려하겠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미국과 유럽 간 동맹이 흔들릴 경우 현재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간 푸틴 대통령과의 담판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현재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 18%가량을 점령 중인데, 이 상태로 종전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헬싱키=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임기 시절인 2018년 7월16일 핀란드 헬싱키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부터 월드컵 축구공을 선물로 받는 모습. 2024.12.30.
민주당 저항, 강하지 않을 듯…머릿수 부족, 내부 분열 예상
중국과의 관계도 트럼프 2기 외교 정책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일단 예상되는 방향은 그가 선호하는 톱다운 외교다. 1기 행정부 시절과 유사한 제2차 미중 무역 전쟁과 정상 간 회동을 통한 합의 타결 수순의 전개가 유력하다. 이 과정에서 대미·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도 유탄이 튈 가능성이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국과 중국이 상시 이견을 보였던 대만 문제에서는 불확실성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손익 기반으로 사고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향후 대만 지원 의지는 불투명하지만, 중국 억제를 중시하는 엘브리지 콜비 전 국방부 부차관보를 정책 담당 차관에 지명한 점은 눈여겨볼 부분이다.
트럼프 2기 일련의 외교 정책은 대체로 임기 초반에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행정부 출범 직후 정책 동력이 가장 강한 시기에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틀어쥔 상황을 십분 활용하리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저항하겠지만, 상하원에서 머릿수로 밀리는 데다 대선 패배 이후 내부 갈등이 예견된 만큼 영향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첫 임기 시절인 2017년 11월9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걷는 모습. 202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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