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유족, 한 해 마지막 날도 '탄식·흐느낌'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30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족들이 새롭게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 명단 발표에 오열하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황망하게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이날도 공항 대합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서지 못한 채 아침을 맞았다.
푸르스름한 벽색 하늘이 밝아왔지만 밤사이 쉬이 마음 내려놓은 채 잠을 청했던 유족은 아무도 없었다.
수면과 각성 사이를 오가는 풀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는가 하면, 기약없는 기다림에 지친 듯 플라스틱 의자에 온몸을 맡기고 땅으로 고개를 떨궜다. 유족들이 머무는 쉘터에서는 이따금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유족들은 사고 사흘째 되는 이날 현재까지도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탓에 공항에 머무르고 있다. 전날 늦은 밤 기준 신원이 확인된 시신은 전체 179구 중 164구로 잠정 집계됐다.
한 유족은 숨진 가족의 신원이 아직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탑승자 가족 지원 상담 센터를 찾아 목놓아 울었다. '미확인자래 '어디에도 없어'라고 흐느끼는 목소리가 침잠한 분위기의 공항에 무겁게 깔렸다.
전광판에는 시신 인도와 장례 절차를 설명하는 안내문이 수시로 띄워졌다. 전광판을 바라보던 한 유족은 현실로 다가온 가족의 죽음에 머리를 쥐어싸고 고개를 젖히면서 통곡하기도 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의 빈 자리를 애통함과 절망감이 스며들면서 유족들을 괴롭혔다.
유족들은 이르면 이날부터 국토부의 안내에 따라 시신들을 인도받게 된다. 이날 인도되는 시신은 90여구로 알려졌다. 인도되는 시신은 검시관 등의 판단을 거친다. 시신이 임시 안치되는 냉동고는 전날 모두 설치·운용되고 있다.
시신을 인도받은 유족들은 각자 장례를 치를 전망이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 시설물을 충돌해 폭발했다.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지고 기체 꼬리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만 생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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