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4조 전문 실린 완역본…안대희 교수 번역 '명심보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배워도 좋고 배우지 않아도 좋다. 그러나 배운 사람은 낟알 같고 벼 같지만 배우지 않은 사람은 쑥 같고 잡초 같다."(9장 13조)
한문학자 안대회 성균관대 한문학과 교수가 '명심보감(明心寶鑑)'을 번역해 출간했다.
3분의 1로 축소된 초략본(抄略本)이 아닌, 774조 전문이 실린 완역본이다. 여러 판본을 두루 살피고 오류를 바로잡아 정본(定本)을 만들고, 각 글의 출전을 명확히 밝혔다. 이전의 '명심보감'의 상당수는 저자를 제대로 표기하고 있지 않다. 아예 표기하지 않거나, 잘못 표기했다.
'명심보감'의 원저자는 원나라 말기와 명나라 초기의 학자인 범입본(범립본: 范立本)이다. '명심보감'이라는 베스트셀러를 냈는데도 무명이라는 이유로, 책이 통속적이라는 이유로 잊혔다.
1970년대에 발견된 청주본에서 범입본의 서문이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연구 결과 범입본이 '명심보감'의 저자임이 확실해졌다. 그러나 지금도 저자를 제대로 기재한 책을 찾기는 쉽지 않다. 논쟁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몇몇 책에서는 “범입본이 편찬한 책을 추적이 엮었다”는 식으로 소개하기도 하는데, 연대순부터 맞지 않는다. 역자는 추적 원작설이 퍼진 원인과 배경을 밝히고 그 주장을 논파해 범입본이 원저자임을 명확히 한다.
21세기 왜 명심보감인가?
'명심보감'은 선행을 권하고 윤리와 도덕을 중시하며 우정과 신의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교훈서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형식적 성찰이 아니라 실질적 처세의 철학을 제안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규범적 저술과 구분된다. “술 마시고 밥 먹을 때는 형제가 천 명이더니, 위급하고 어려울 때는 친구 한 명 없더라.”(19장 18조)라고 해서 불편한 진실을 예리하게 포착하는가 하면, “저마다 제집 앞 눈이나 쓸고 남의 집 지붕 위 서리는 상관하지 말라.”(7장 47조)라고 하며 이해타산적인 사고방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군자는 마음이 평탄하여 너그럽고 소인은 항상 근심하고 두려워한다."(7장 44조)
'명심보감'은 제목 그대로 ‘마음을 밝혀 주는 보배 같은 거울’이다. 160여 종에 달하는 문헌에서 정선한 잠언과 격언, 속담, 시 등이 수록되어 있는데, 인생길에서 낙오하거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바로잡아 주고 밝은 마음을 각성하게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효용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