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섬뜩하고 매혹적인 고전의 공포 '노스페라투'
[서울=뉴시스] 영화 '노스페라투'.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2025.01.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강주희 기자 = 102년 만에 리메이크로 돌아온 영화 '노스페라투'는 고전의 힘을 증명했다. 특수효과 없이 맨몸으로 극한의 공포를 만들고, 팔다리가 비틀어지는 장면이 여과 없이 등장한다. 캐릭터는 명확하고 배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다. 흑백영화를 연상케 하는 독특한 연출과 빈틈없이 흐르는 음산한 음악도 흠잡을 데 없다. 단점을 굳이 뽑자면 단조로운 전개에 누구나 예상가능한 결말이라는 점. 1922년 스크린에 처음 등장한 뱀파이어의 공포가 희석됐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다.
'노스페라투'는 오랜 시간 악몽과 불안에 시달린 엘렌(릴리 로즈 뎁)과 그녀를 갈망하는 뱀파이어 백작 올록(빌 스카스가드)의 이야기를 그린 공포물이다. 1922년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이 연출한 동명 영화를 로버트 에거스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어린 시절 '노스페라투'의 광팬이었다는 그는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로 알려진 원작의 큰 틀은 유지하면서 인물과 배경 등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했다. 에거스가 연출과 각본을 맡고 영화 제작사 스튜디오 8과 메이든 보이지 픽처스가 뛰어들었다.
영화는 1830년대 독일을 배경으로 토마스(니콜라스 홀트)와 엘렌에게 나타나는 기이한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한다. 토마스는 신혼여행을 다녀오자마자 부동산 중개사 사장으로부터 계약을 위해 올록 백작을 찾아간다. 그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내 엘렌을 친구 하딩(애런 존슨)에게 맡긴 채 먼 길을 떠난다. 그러나 토마스에게 기이한 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올록 성으로 향하던 중 낡은 여관에서 만난 노파는 "올록 성에 가면 뱀파이어의 저주를 받는다"고 경고한다. 토마스는 노파의 말을 무시하지만 그날 밤 악몽을 꾼다.
[서울=뉴시스] 영화 '노스페라투'.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2025.01.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엘렌에게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는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어둠에 조정 당하고 있다며 경련을 일으킨다. 이후 도시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감염병이 확산하고 마을 사람들은 혼란에 빠진다. 마을 의사인 지버스(랠프 아인슨)는 주술에 빠진 옛 은사 폰 프란츠(윌렘 대포)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는데 폰 교수는 사탄보다 강한 '노스페라투'가 나타났다고 주장한다. 102년 전 상영된 원작을 다시 스크린으로 끌어낸 이 영화는 특유의 고전미를 적재적소에 발휘한다. 영화 초반 검게 드리운 백작의 그림자로 긴장감을 더하고, 토마스와 엘렌이 환각에 사로잡힌 장면엔 공포스러운 느낌을 주는 회색빛이 감돈다.
표현 방식은 과감하고 직선적이다. 뱀파이어의 흡혈 장면을 몸소 연출해 고어물처럼 보인다. 비둘기를 산 채로 뜯어먹거나 시신의 가슴에 칼을 꽂는 장면 등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표현돼 다소 수위가 높다. 영화 중반 감염된 쥐 떼가 출몰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CG가 아닌 실제 쥐 2000마리를 사용해 관객에게 강력한 인상을 남긴다. 흑백 무성 영화로 독일 표현주의의 대표작으로 평가된 원작에 핏빛 공포를 더했다.
[서울=뉴시스] 영화 '노스페라투'.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2025.01.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화려한 캐스팅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연기 구멍도 없다. 특히 엘렌 역의 릴리 로즈 뎁은 역량을 뽐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우아하고 기품이 넘치지만 오랜 시간 악몽과 두려움에 시달려 불안정한 모습, 재앙에 맞서 토마스와 마을 지키려는 모습까지 완벽하게 그려내 몰입도를 높인다. 여기에 피를 뒤집어쓰고 악령에 긷든 몸을 표현하는 엘렌은 그 자체로 음침하면서도 기묘한 느낌을 준다. 이를 따라잡는 카메라 워킹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그러나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는 단조로워진다. 공포와 두려움의 존재였던 노스페라투는 엘렌을 갈망하는 존재로 변하면서 매력이 떨어지고, 원작과 달리 엘렌과 노스페라투의 동침은 직접적으로 그려져 영화의 흡입력을 꺼뜨린다. '새벽 닭이 울고 나면 노스페라투는 소멸된다'는 상투적인 대사처럼 임팩트 없는 결말이 아쉽게 느껴진다. 러닝타임이 132분이며 청소년 관람 불가다. '노스페라투'는 1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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