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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공자 치료만으론 못버텨"…중앙보훈병원장 한탄, 왜?

등록 2025.03.21 06:00:00수정 2025.03.21 13: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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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 수, 병상규모 못 미쳐 50명 더 필요"

"사명감만으론 부족…실질 인력·예산투자를"

"향후 5년 내 일반 환자 비중 20~30% 목표"

[서울=뉴시스]신호철 중앙보훈병원 원장. (사진= 중앙보훈병원 제공) 2025.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신호철 중앙보훈병원 원장. (사진= 중앙보훈병원 제공) 2025.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가보훈부 산하 중앙보훈병원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보훈 대상자 수 감소를 겪고 있다. 고령 국가 유공자들에서 지역 주민 등 일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를 확대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면 전문의 수 확대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신호철 중앙보훈병원 원장은 지난 20일 서울 강동구 중앙보훈병원 중앙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2월 기준으로 전문의 수가 195명에 불과하다"면서 "100병상당 전문의가 17~18명 수준으로, 병상당 전문의 수가 공공병원 중 가장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1953년 대구 제2구호병원으로 설립된 중앙보훈병원은 지난달 28일 기준으로 병상수 1383개(급성기 987병상·보훈요양병원 396병상), 32개 진료과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하루 평균 4595명의 외래 환자가 병원을 찾고 있다. 환자의 90% 이상이 국가유공자 등 보훈대상자다.

중앙보훈병원은 공공병원 중 전문의 수가 적은 데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공백으로 전문의들이 외래 환자 진료, 당직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기준으로 전공의 정원 107명(치과 제외) 중 근무 중인 전공의는 13명에 그치고 있다.

김춘관 중앙보훈병원 기획조정실장은 "전공의 공백으로 입원 환자 수가 감소하긴 했지만, 외래 환자 진료는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현재도 병상 가동률을 65% 안팎으로 유지하고 있고 외래환자가 많을 땐 5000명을 넘어서 상당한 과부하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보훈병원은 전담 간호사를 30명 가까이 충원했지만, 사태 이전인 약 90% 수준으로 병상 가동률(올해 목표 85%)이 회복되려면 전문의 충원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공의 사직에 따른 전문의 이탈이 많진 않지만, 전문의 수가 전체 병상 규모(지난해 기준 전국 8위)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신 원장은 "악조건 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전공의 공백 여파가 5년간은 이어질 것"이라면서 "국가유공자와 가족의 진료를 최우선으로 하는 특수목적 공공의료기관이다 보니 의료진이 잘 버텨주고 있지만 사명감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게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실질적인 투자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병원의 인력과 예산은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중앙보훈병원의 경우 국가보훈부)의 협의 하에 결정된다. 김 실장은 "국립중앙의료원,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같은 다른 공공병원은 100병상당 전문의 수가 평균 25명 정도"라면서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려면 전문의가 50명 정도 더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뉴시스]중앙보훈병원 전경. (사진= 중앙보훈병원 제공) 2025.03.21.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중앙보훈병원 전경. (사진= 중앙보훈병원 제공) 2025.03.21. photo@newsis.com.

중앙보훈병원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의 국가유공자가 주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전문진료 질병군(희귀질환이나 합병증 발생 또는 치사 가능성이 높은 질병) 입원환자 비율이 상급종합병원 못지 않은 전체 입원환자의 약 30%에 달한다. 전문진료 질병군 입원환자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 중 하나로, 전체 입원환자의 34% 이상이어야 한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전문의 확대는 중앙보훈병원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도 맞닿아 있다. 보훈 대상자 연령은 60대에서 70대로 고령화되고 있고 보훈 대상자 수는 2050년 현재의 약 60% 수준(약 115만 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병원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보훈 대상자 수 감소로 지역 주민 등 일반인 대상으로 진료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중앙보훈병원은 이미 국내에서 유일하게 단일기관 내 '급성기(병세가 갑자기 나타나거나 빠르게 진행되는 시기)치료부터 재활센터, 요양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재택치료'가 가능한 '환자 맞춤형 전 생애주기 서비스' 시스템을 갖췄다. 특히 재활센터는 200병상 규모로 국내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신 원장은 "환자의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 이상인 병원의 특성상 소아청소년과·산과 기능이 미약하다"면서 "하지만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만큼 향후 5년 내 일반 환자 비중을 약 20~30%로 높여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발표한 2차 의료개혁안도 구체적 실행계획이 필요하다"면서 "체계적인 지원만 뒷받침되면 대통령이 육군병원을 찾는 미국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positive100@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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