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의사업무 간호사에 전가 '땜질처방'…환자생명 위협"

등록 2024.03.08 10:23:37수정 2024.03.08 11:55:28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사실상 의사업무 간호사에 무제한 전가"

"이럴 거면 간호사에게 의사면허 발급을"

"정부 간호사 업무범위 명확히 규정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및 응급약물 투여를 가능케 한다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07.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7일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이탈에 따른 의료공백 최소화를 위해 8일부터 간호사들도 응급환자 심폐소생술 및 응급약물 투여를 가능케 한다는 내용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수술부로 들어가고 있다. 2024.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전공의 부재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해 간호사에게 심폐소생술·응급 약물 투여 등 의사의 업무를 한시적으로 위임한 가운데,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이 "법적·제도적 장치 없이 간호사에게 의사의 업무를 무제한 허용하면 환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의료사고 유발 우려가 높다"고 반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8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가 내놓은 지침에 따르면 10개 분야 98개 진료지원 행위 중 엑스레이, 관절강 내 주사, 요로전환술, 배액관 삽입, 수술 집도, 전신마취, 전문의약품 처방 등 9개 행위를 제외한 89개 진료지원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허용해 결국 의사 업무를 간호사가 할 수 있도록 무제한으로 허용하는 것이 골자"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공의들의 진료 거부로 발생한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비상 대책이라지만, 올바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환자 생명과 직결된 고난도·고위험 시술까지 간호사에게 무제한으로 허용해 환자의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PA간호사)에게 수술 부위 봉합과 매듭, L-tube(비위관) 삽관, 세척, 흡인 드레싱, 중심정맥관 관리, 동맥혈 채취, 석고 붕대, 부목, 복합 드레싱, 체외 충격파 쇄석술, 유치 도뇨관 삽입 등을 허용했다. 검사·약물 처방과 진료기록, 검사 및 판독 의뢰, 협진 의뢰, 진단서, 전원 의뢰서, 수술동의서, 검사 및 시술 동의서, 수술기록과 마취기록 초안까지 전문간호사와 전담간호사 명의로 작성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전문간호사에게는 중심정맥관 삽입, 전신마취를 위한 기관 삽관, 중환자 기관 삽관, 조직 채취, 뇌척수액 채취까지 허용했다. 심지어 일반간호사에게까지 응급상황에서의 심폐소생술이나 응급약물 투여, 마취제 투여, 코로나19 진단, A-line을 통한 동맥혈 채취, 유치 도뇨관, 혈액배양검사, 심전도 및 초음파 검사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럴 거라면 차라리 간호사에게 의사면허를 발급하라”면서 "오히려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심각한 의료 사고를 유발할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의료기관장이 간호부서장과 협의를 거쳐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허용해 의료기관마다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밖에 없고, 진료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의사와 간호사의 업무범위에 대해 정부 차원의 통일적인 규정과 제도를 마련해야 의료현장의 혼란과 혼선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한시적 시범사업이라고 해도 정부는 간호사의 업무범위 가이드라인만 제시할 뿐이고, 업무범위 결정권은 의료기관장에게 맡겨진다"면서 "이렇게 되면 업무범위의 혼란과 진료의 혼선을 피할 수 없게 되고, 결국 환자 안전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역행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료법에 의사와 간호사의 자격과 면허를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의료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특수분야이기 때문"이라면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의 자격과 면허,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규정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책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업무를 간호사가 수행하는 과정에서 의료사고가 났을 때 간호사가 제대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도 밝혔다. 의료사고에 대한 면책이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적 보호도 없이 의사업무를 대리하다 불법 의료 행위자로 내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는 보건의료법에 근거한 시범사업이기 때문에 참여 의료기관 내 행위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관리·감독 미비로 인한 사고 시 최종적인 법적 책임은 의료기관장에게 있다며 법적 책임을 의료기관장에게 떠넘겼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사고 소송은 의료기관 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제기되기 때문에 의료기관장이 법적 책임을 진다고 하더라도 의사 업무를 수행한 간호사도 소송을 피할 수 없다"면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는 간호사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간호사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의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법적 책임에 대한 불안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현장에 의사인력을 대폭 확충해 간호사가 더 이상 의사업무를 하지 않고 간호사 업무만 담당할 수 있는 의료환경을 만들든지, 전문간호사·전담간호사의 자격과 업무영역을 명확히 제도화해야지 임시방편적 업무 떠넘기기 대책으로는 의사 업무와 간호사 업무 범위 논란과 법적 책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의료현장의 진료공백은 의사업무를 간호사에게 떠넘기는 땜질처방으로 해결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필수·지역·공공의료 붕괴 위기 해법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선제적으로 제시하고, 의사단체들이 사회적 대화 제안을 수용하면서 국민을 위해 의료현장에 복귀하겠다는 결단을 내릴 때 진료공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보건의료노조는 ▲대리 처방 ▲동의서·의무기록 대리 작성 ▲대리 처치·시술 ▲대리 수술 ▲대리 조제 등 5대 무면허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또 의료기관별로 간호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환자생명과 직결된 의사업무를 간호사 업무 범위에 포함할 수 없도록 대처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정부의 어떤 지침도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해선 안 된다"면서 "의료현장의 불법 의료 행위를 완전히 근절하고 직종 간 업무범위를 명확히 제도화하는 투쟁을 강력하게 벌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