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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철엔 일상 '멈춤'…"장애인 콜택시 4시간까지 대기"[현장]

등록 2024.07.26 14:47:46수정 2024.07.26 14: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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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이동권, 장마철에 더 제약…대책 필요

대중교통 이용 '눈치'…전동 휠체어 비에 취약

'증차' 요구 계속…대안적 민간 협력 필요성도

전문가 "운전원 수 늘려 쉬는 차 없도록 해야"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퇴근하는 장애인 김홍기(62)씨가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오후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기 위해 휴대전화 앱을 실행한 모습. 주변에 45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2024.07.26.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서 퇴근하는 장애인 김홍기(62)씨가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오후 장애인 콜택시를 호출하기 위해 휴대전화 앱을 실행한 모습. 주변에 45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나와 있다. 2024.07.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문효민 인턴기자 = "저번 비 오는 날엔 꼼짝없이 4시간도 기다려봤어요. 오늘은 그래도 나은 편이죠."

서울 곳곳에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뉴시스는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 김홍기(62)씨의 퇴근길에 동행했다.

종로구 이화동에서 퇴근하는 김씨는 평소보다 이른 오후 4시57분께 교통약자 특별교통수단(장애인 콜택시) 배차를 신청했다. 휴대전화에 표시된 대기인원은 45명. 김씨는 "비 소식이 있는 날에는 수요가 몰려 평소보다 1시간은 더 빨리 접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차를 기다리는 내내 전동휠체어에 부착된 휴대전화를 응시하던 김씨는, 알림이 울릴 때마다 전화기를 연신 들었다 놓았다 반복했다. 김씨의 활동지원사 이하늘(26)씨는 "선생님, 오늘은 더 막히나 봐요. (회사에서) 저녁을 드시고 가셔야겠네요"라며 김씨를 달랬다.

김씨가 장애인 콜택시에 탄 시간은 오후 6시37분. 호출 시간으로부터 1시간40분가량 지난 뒤였다. 그마저도 저녁식사 중이던 김씨는 '곧 도착한다'는 운전원의 연락을 받자마자 수저를 내려두고 탑승지점으로 향해야 했다.

택시를 호출한 지 2시간30분이 지난 뒤에야 김씨는 은평구 자택에 도착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비장애인이 같은 동선을 네 차례 이동할 시간 만에야 자택에 도착한 셈이다.

김씨는 "저번 비오는 날엔 마트 건물 안에서 꼼짝없이 4시간까지 기다려봤다"면서 "오늘은 결국 비가 안 와서 그나마 덜 기다렸다"며 웃어 보였다.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김홍기(62)씨가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오후 장애인 콜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4.07.26.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김홍기(62)씨가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오후 장애인 콜택시에 탑승하고 있다. 2024.07.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장애인 콜택시 등 장애인 특별교통수단은 운전원과 차량 부족으로 긴 배차 시간이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장마철을 비롯한 '날씨 변수'는 문제를 배가해 이들의 이동권을 더욱 제약하고 있었다.

장마철이나 무더위가 다가오면 장애인 콜택시로 수요가 몰려 서비스 이용까지 3~4시간의 긴 대기시간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맑은 날에는 지하철과 저상버스 등 대중교통으로 장애인 이용자들이 분산돼 이보다는 덜하다.

더군다나 볼일을 보고 이동하다가 비를 만나면 대기 시간 동안 휠체어를 탄 채로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에 놓이게 된다. 뇌병변 장애인의 활동지원사 장현수(33)씨는 "24시간 활동 지원을 받지 못하는 수동휠체어 장애인은 혼자 비를 맞는 경우가 많다"라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대중교통 이용은 더 '눈치'…전동휠체어도 비에 취약

장마철, 혼잡한 출퇴근 시간대에 휠체어를 타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콜택시를 부르는 일보다 더 고난의 연속이다.

김씨는 "출퇴근 시간 우비까지 쓴 전동휠체어가 들어갈 만한 자리가 버스에 없다"면서 "사람이 꽉 차있는데 휠체어가 가운데 떡하니 들어가 있는 것도 미안하고 눈치 보여서 아예 탈 생각을 못한다"고 말했다.

긴 대기 시간을 기다려서라도 장애인 콜택시를 타야 하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물기에 취약한 전동휠체어가 비에 맞으면 고장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작년 여름 김씨는 퇴근길 비를 쫄딱 맞은 탓에 전동휠체어 컨트롤러가 고장 난 경험이 있다. 김씨는 "그 당시 컨트롤러만 수리하는 데 60만원이 들었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장비 침수를 막기 위해 구비하는 전동휠체어 전용 우비도 15만원에 달해 이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활동지원사 이씨도 "비가 오면 당황스럽다"면서 "휠체어에 물이 들어가면 고장 날 수 있어 우산을 꼭 들어드려야 하는데 돌발상황이 발생할까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장애인 특별교통수단 '증차'를 외치고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비장애인들에 비해) 대체수단이 없는 장애인의 경우 특별교통수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장애인 콜택시의 실제운용대수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김홍기(62)씨가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오후 장애인 콜택시에서 내려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택시를 호출한 지 2시간30분이 지난 뒤에야 은평구 자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24.07.26. create@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김홍기(62)씨가 소나기가 예보된 25일 오후 장애인 콜택시에서 내려 자택으로 향하고 있다. 김씨는 이날 택시를 호출한 지 2시간30분이 지난 뒤에야 은평구 자택에 도착할 수 있었다. 2024.07.2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근원적 해법은 '증차'…"당장 어렵다면 민간택시 끌어들여야"

전문가들은 특별교통수단 증편이나 민간 협력을 통한 대책 마련 등 이동권 실태 전반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콜택시는) 장마철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배차대기 시간이 길기 때문에 장애인들이 예약해 둔 기차나 비행기 못 타게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절대적인 숫자를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애인 이동권 해법이 반드시 지방자치단체 손 안에서 이뤄질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민관 협력을 통해 해결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전 교수는 "(현실적으로 공공 증차가 당장 어렵다면) 민간 콜택시 업체 등을 끌어들여야 한다"면서 "복지카드 결제 등을 통해 민간 택시를 이용하고 지자체가 추후 비용을 보전할 수 있는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도 "(인천만 해도) 장애인 콜택시 법정 운행 대수는 254대로 2005년에 정해진 것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동에 대한 욕구는 커지는 반면 기준은 그대로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 국장은 "운전원이 쉬면 차도 쉬게 된다"며 "법정 운행 대수를 충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차량 1대당 운전원을 1.5배 정도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당장 차량 증편이 어렵다면 콜택시 운전원을 늘려 실제 차량 운행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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