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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조직 연결고리 찾으면 모두 잡힌다"…보이스피싱범 8명 구속한 초임 검사

등록 2024.09.19 07:00:00수정 2024.09.19 0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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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간 보이스피싱 사범 8명 직구속

서울북부지검 조상우 검사 맹활약

2분기 대검찰청 우수업무사례 선정

"국민 신뢰하는 수사기관 사칭, 악랄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상우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검사가 11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4.09.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상우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검사가 11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4.09.1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선정 기자 = "보이스피싱 조직은 암세포같습니다. 아무리 잡아도 계속 번식하죠. 하지만 점조직의 연결고리를 찾는 순간 범행은 드러나게 됩니다. 언젠가는 모두 잡히니 발 뻗고 잘 생각은 말았으면 합니다."

서울북부지검 조상우(27·변호사시험 12회) 검사는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보이스피싱 사건을 집중 수사해 불특정 다수 서민에게 총 13억원을 편취한 보이스피싱 사범 8명을 구속했다. 이 기간 동안 보이스피싱 사범 35명을 직접 조사하고 보이스피싱 사건 190건을 재판에 넘겼으며, 관련 사건 8건도 추가 인지하는 성과를 냈다. 대검찰청은 조 검사의 수사 사례를 지난 2분기 대검 조직범죄과 우수업무사례로 선정했다.

뉴시스는 지난 11일 서울북부지검 청사에서 조 검사를 만났다. 이제 임관 10개월 차에 접어든 조 검사는 임관 직후부터 지난달까지 강력범죄를 전담하는 형사2부에서 근무하면서 지난 8월까지 금융기관 직원 '이광수(가명) 대리'를 사칭해 대환대출을 해주겠다며 피해자 9명에게 3억여원을 뜯어낸 20대 남성 등 보이스피싱 사범 8명을 직구속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점조직화된 보이스피싱 범행의 특성상, 피의자를 특정하는 것부터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이 특히 까다롭다. 조 검사는 "특별한 노하우는 없었다"며 "끈질기게 매달리는 방법뿐이었다"고 말했다.  

조 검사는 보이스피싱 사범의 전체 범행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검찰청에 흩어져 있는 사건들을 한데 모았다.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타깃을 물색하는 보이스피싱 특성상 피해자가 여러 지역에 퍼져 있는 경우가 많다. 조 검사는 "어차피 같은 사건이라면 한데 모아야 수사도 재판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수사 초반에 여죄 사건들을 이송받았다"고 설명했다.

반년이 넘도록 조 검사의 일상은 온통 보이스피싱이었다. 의심 광고를 찾아 직접 연락하거나, 피싱 전화가 걸려 올 경우 통화를 오래 끌면서 콜센터 직원들의 최신 대본을 연구했다. 구속 전 피의자심문이 주말에 잡히더라도 매번 직접 출석했다.

집요함으로 의외의 돌파구를 찾을 때도 있었다. 현금수거책을 잡았지만, 텔레그램 대화 내용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고 혐의도 부인하는 상황이었다. 애써 붙잡은 피의자를 도로 풀어줘야 할 상황이었다.

조 검사는 "늦은 밤, 침대에 누웠는데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상선이 피의자에게 내린 업무 지시 어투가 몇 개월 전 처리한 다른 보이스피싱 사건의 관련 기록에서 본 것과 비슷한 것 같았다"며 "기록을 비교해 보니 상선의 닉네임, 맞춤법을 틀리는 양상, 업무 매뉴얼의 내용, 온점을 두 개 붙이는 습관까지 같았다. 그렇게 놓칠 수 있었던 피의자를 잡았고, 관련 범죄도 하나로 묶을 수 있었다"고 했다. 조 검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일명 '이실장'과 '원이사' 라는 동일한 상선에게 포섭돼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5명을 구속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상우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검사가 11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1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조상우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국가재정범죄합동수사단 검사가 11일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09.11. [email protected]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은 발전 속도가 유독 빨라요. 범행 가담자도 소위 검은 세계를 전전하던 이들뿐만 아니라 법조계나 금융권 종사 경력이 있는 사람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하고 치밀해지는 원인입니다."

조 검사는 수사와 엄벌을 통해 보이스피싱 범죄를 억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전에 사건 발생을 막을 방안을 강구하는 일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검사는 "택시 기사님들의 신고가 범죄의 1차 방어선이 될 수 있다. 보이스피싱 사범들은 무조건 추적을 피하기 위해 택시를 타고 다닌다. 대전, 대구까지도 몇십만원씩 내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실제로 직구속한 피고인 중에서도 택시 기사님의 신고로 검거된 사례도 있었는데, 이처럼 피싱범들의 행동을 기사님들이 인지할 수 있도록 안내하거나 신고 포상금을 높이면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단순 가담이어도 엄벌에 처할 수 있으니 범죄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일선 검사로서 화가 나는 부분은 피의자들이 국민의 신뢰를 담보로 수사기관을 사칭한다는 것"이라며 "수사기관에서는 어떤 경우에도 현금을 전달하라거나 계좌 이체 요청을 하지 않는다. 절대 속지 마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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