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야구 전설' 장훈 "일본 국적으로 바꿨다…한국, 은혜도 의리도 잊어"
일본 산케이신문 인터뷰서 "몇 년 전 국적 바꿨다" 밝혀
KBO 출범 때부터 도왔지만 한국시리즈 등 초청 없었다며 서운함 드러내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이랜드, 야구의 전설 '장훈' 소장품 기증식에서 재일교포 야구 해설가 장훈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장훈이 기증하는 물품은 일본 프로야구 시구식에서 착용했던 요미우리 자이언츠 유니폼과 벨트, 글러브, 모자, 신발 등 10여개다. 장훈은 1959년 도에이 플라이어즈에 입단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롯데 오리온즈 등을 거쳐 1981년 은퇴한 재일동포 야구선수로 일본 프로야구 역사상 유일한 3000안타, 500홈런, 300도루의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18.05.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재일교포 출신이자 일본 야구의 '레전드' 장훈(84·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일본 귀화 사실을 밝혔다.
장훈은 지난 29일 일본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처음 말씀드리지만, 몇 년 전 국적을 바꿨다. 지금은 일본 국적이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수차례 귀화 제의를 받고도 이를 뿌리치고 한국 국적을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던 그였기에 이번 귀화 사실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
장훈은 "한때 (한국) 어떤 정권은 재일교포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했다. '일본에 자발적으로 왔다'거나 '다른 나라에서 좋은 생활을 하고 있다'는 등의 말을 했다"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오고 싶어서 온 게 아니다. 징병 돼 오거나, 먹고 살 수 없어 온 거다. 재일교포 1세대들이 고생하고 힘들었던 걸 모르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도 "국적은 한 번은 되돌릴 수 있다. 당연히 부모님의 피를 이어받은 재일교포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훈은 1959년부터 1981년까지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며 통산 타율 0.319, 3085안타 504홈런 1676타점을 기록한 전설이다. 은퇴 후 야구 평론가로 오래 활동했고,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 특별보좌를 지내기도 했다.
1980년 대한민국 체육훈장 맹호장, 2007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다.
장훈은 훈장에 대해 "오랜 기간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재일교포 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야구를 한 덕분"이라면서도 "몇 년 전 한국 야구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표창을 준다고 관계자가 찾아왔지만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야구계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냈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할 때부터 힘을 보탰다고 강조한 그는 "20년 넘게 (KBO 총재) 특별보좌를 하고, 프로 리그를 만들었는데 한국시리즈나 올스타전 초대는 한 번도 없었다. 은혜도, 의리도 잊었다"고 일갈했다.
한국과 일본의 역사를 짚기도 했다.
"한일 관계에는 역사적인 것이 있다. 차별도 있었다. 관동대지진에는 방화를 했다거나, 물에 독을 탔다는 유언비어가 난무해 많은 조선인이 희생됐다. 일본인인 그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의 식민 지배를 정당화하는 발언도 했다. "한반도는 일본인이 지배했다.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한국도 도움을 받았다"며 "한일 양국이 협력하면서 한국이 엄청나게 발전하고 근대 국가가 됐다. 서로 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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