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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파이프라인 중단 파급 미미…발칸 국가들 영향

등록 2025.01.02 07:48:23수정 2025.01.02 10:4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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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 천연가스 의존도 40%에서 15%로 준 상태

우크라 통한 러 천연가스 공급은 5%에 불과

세르비아·몰도바 등 우크라 접경 국가들 피해 클 듯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선도. 이번에 중단된 것은 러시아 동부 수드자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이며 다른 파이프라인은 이미 중단된 상태다. (출처=브뤼겔 홈페이지) 2025.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선도. 이번에 중단된 것은 러시아 동부 수드자를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이며 다른 파이프라인은 이미 중단된 상태다. (출처=브뤼겔 홈페이지) 2025.1.2.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새해부터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러시아의 서유럽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됐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맺은 계약을 연장하길 거부한 때문이다.

이로 인해 가득이나 취약한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이 불안정해지면서 가격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그러나 유럽 대부분 나라들이 우크라이나를 통한 러시아 천연가스 공급이 중단될 것에 대비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현지시각) 보도했다. NYT는 이번 중단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나라로 세르비아, 몰도바 등 발칸 반도 국가들을 꼽았다.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

러시아 시베리아의 우렌고이에서 우크라이나 서부 우즈고로드까지 연결된 파이프라인은 구 소련 시절 건설된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슬로바키아 국경 지대를 따라 설치돼 있으며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방 수드자를 통과한다.

2022년 북해 해저 파이프라인 노르트 스트림이 사보타쥬 공격으로 파괴되고 벨라루스와 폴란드를 거치는 파이프라인이 폐쇄된 뒤로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은 서유럽에 러시아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마지막 통로였다.

러 침공 3년 뒤에야 차단된 이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몇 달 전부터 지난 연말로 끝나는 계약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계약 체결 시점은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점령한 뒤지만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유럽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전쟁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도록 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파이프라인 차단으로 러시아가 연간 65억 달러(약 9조6000억 원)의 수입이 줄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파이프라인 차단은 우크라이나에게 위험한 일이기도 하다. 러시아가 자제하던 파이프라인 주변 지역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 미칠 영향

파이프라인 차단은 오래 전부터 예상돼 온 일이다. 유럽 각국이 충분히 대비했기에 천연가스 가격을 크게 올리진 않을 전망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유럽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을 크게 줄였다. 이로 인해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면서 각국에 비상이 걸렸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크게 줄이는 대신 아제르바이잔 등지에서 천연가스를 수입해왔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인 2021년 EU의 천연가스 소비량의 40%를 러시아가 공급했다. 그러나 지난해는 15%로 줄었다.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한 천연가스 공급은 지난해 EU 전체 소비량의 5%에 불과하지만 수급이 불안정한 유럽 시장에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올해 유럽 천연가스 시장은 매우 취약한 상황이다. 지난해 가격이 50% 올랐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시장에서 천연가스가 고갈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체 에너지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는 우려가 일부 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미국의 4배에 달한다.

가장 많이 영향을 받을 나라

EU 회원국 가운데 오스트리아, 헝가리, 슬로바키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도 천연가스를 대량 구매해왔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1일 러시아를 대신하는 공급처를 이미 마련했다고 발표했고 오스트리아의 에너지 회사 OMV는 러시아 가즈프롬과 계약 중단에 “잘 준비했으며” 대체 공급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 중단에 강력히 반대해왔다. 그러나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이 아닌 투르크스트림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 대부분을 공급받고 있다.

친러 성향의 슬로바키아는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이 매우 큰 나라다.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우크라이나가 파이프라인을 차단하면 전기 공급을 차단해 보복하겠다고 위협해왔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경제장관은 지난 31일 천연가스 부족사태는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보다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세르비아, 몰도바 등 발칸 국가들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몰도바는 지난달 천연가스 공급 중단에 따른 정전 위기를 우려하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특히 러시아계 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분리주의 성향의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은 전적으로 천연가스 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몰도바 정부는 루마니아에서 전기를 공급받아 정전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란스니스트리아의 에너지 회사가 난방용 가스 공급이 중단되지만 취사용 가스 공급 중단은 최대한 늦추겠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30년 이상 군대를 주둔시켜온 트란스니스트리아에서 가스 공급이 중단되면 러시아 지지 세력이 약해질 수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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