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靑문서 공개 불가 파기환송…대법 "적법 여부 다시 심리"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기록 정보공개
'대통령기록물' 지정 이유로 공개 거부해
1심 승소…2심 "대통령기록물 해당" 패소
대법, 파기환송…"보호기간 효력 심사 가능"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5.01.09.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청와대 문서 목록이 대통령지정기록물에 해당해 공개할 수 없다는 원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을 정한 절차의 적법 여부를 심리했어야 한다는 취지의 판단이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9일 오전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기록관을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통령비서실과 경호실은 지난 2017년 5월 박 전 대통령 관련 대통령기록물을 이관하면서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생산된 기록들을 비롯한 다수의 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한 지정 권한은 대통령에게 있지만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상태여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대신 권한을 행사해 논란이 됐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기록관에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 활동과 관련해 대통령비서실, 경호실, 국가안보실에서 작성된 문건 목록에 대해 정보 공개를 청구했지만 대통령기록물은 비공개 대상이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에 송 변호사는 2017년 6월 "황 권한대행이 박 전 대통령 재임 시기의 세월호 7시간 문서를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봉인한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되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거나 관할 고등법원 영장 발부, 대통령기록관장 사전 승인 등이 없으면 최장 15년간(사생활 관련은 최장 30년간) 문서를 열람할 수 없다.
이와 관련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2020년 1월 대법원에 "이 사건의 정보 공개를 통해 국민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보다 원활히 파악할 수 있고, 행정기관 역시 공개된 정보를 기초로 참사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재판에선 정보 공개 청구 소송에서 대통령이 특정 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하고 보호기간을 설정하는 행위를 사법 심사의 대상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대통령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볼 만한 사유가 있어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해 송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대통령은 아무런 제한없이 임의로 대통령기록물을 선정해 보호기간을 지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지정기록물의 요건을 갖춘 기록물에 한정해 보호기간 지정행위를 할 수 있다"며 "이 사건 정보는 정보공개법에 따른 비공개대상 정보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했다.
2심은 해당 문서 목록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하고, 대통령기록물법이 정한 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1심 결과를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2심 재판부는 "공개를 구하고 있는 이 사건 정보는 보호기간을 정해 국가기록원에 이관된 '대통령지정기록물'임을 전제로 하고 있고, 대통령기록물법이 정한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된 기록물에 한해서는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한 방법 및 절차에 따르지 않고서는 열람, 사본제작 및 자료제출이 허용되지 않고, 다른 법률에 따른 자료 제출의 요구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되고 보호기간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법원에서 효력 유무를 다툴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대통령지정기록물 보호기간 제도의 취지에 비춰 보호기간 설정행위는 최대한 존중해 효력이 사후에 함부로 부정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기록물법에서 정한 절차와 요건을 준수해야만 비로소 적법하게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이므로, 효력 유무에 대한 사법심사가 대통령기록물법에 의해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대통령기록관에 해당 정보가 적법하게 보호기간이 정해졌는지를 증명하도록 해야 하고, 증명이 충분하지 않아 보호기간을 정한 행위의 적법성을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는 비공개 열람·심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정보공개 거부처분을 다투는 항고소송에서 보호기간 지정 행위의 적법성을 심사하기 위해 비공개 열람·심사가 이뤄지는 경우 행정청이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헌적 법률해석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통령에게 높은 수준의 재량이 인정되는 행위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근거해 이뤄지는 행위인 이상 사법심사의 대상에서 제외될 수 없다는 헌법상 권력분립의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국민의 재판청구권 보장을 위해 최대 30년간 보호기간을 정한 대통령기록물법의 적용 범위를 제한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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