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피해 더 키운 화재는 어떻게 발생했나?
로컬라이저 둔덕 충돌 후 화재…동체 불타
연료 방출 없고, 거품 살포 못해 피해 더 커져
전문가 "기체 전면이 충돌해 화재 막기 쉽지 않았다"
[무안=뉴시스] 류형근 기자 = 2024년 마지막 날인 31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과학수사대 대원들이 원인 조사를 하고 있다. 2024.12.31. [email protected]
3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사고 당일 해당 제주항공 여객기는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내려오지 않은 상태로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 공항 바깥쪽 로컬라이저 둔덕과 충돌해 큰 화재로 이어졌다. 이 사고로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통상 항공기에 물리적 충돌이 가해진다고 해서 무조건 불이 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동체 착륙 시 기내에 남아있던 연료를 미쳐 버리지 못해 화재가 더 컸다는 주장도 들린다.
항공유는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반 휘발유보다 발화점이 높지만 일단 불이 붙으면 화력이 거세 대규모 인명 피해를 동반한다. 이 때문에 동체 착륙 시 화재나 폭발을 막기 위해 기내에 남아있는 연료를 상공에 모두 버리거나 소진해야 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러나 해당 사고기 기종인 보잉 737-800은 제작 당시부터 상공에서 연료를 임의로 방출하는 '퓨얼 덤핑' 기능을 갖추지 못했다. 유일한 방법은 항로를 선회하며 연료를 소진하는 방법 뿐인데 공항 상공을 선회하는 도중 엔진에서 화염이 발생해 이 같은 선택지도 불가능했다. 이 과정에서 연기와 유독가스가 기체 내부로 이미 유입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울러 조종사가 '메이데이'(조난신호)를 선언한 후 2분 만에 동체 착륙이 이뤄져 마찰 화재를 막는 수성막포(비누거품 물질)도 살포되지 않았다. 수성막포는 유류화재를 끄기 위해 소화약재에 공기를 섞은 거품인데 활주로에 미리 뿌려뒀을 경우 화재를 일정 수준 줄일 수 있었을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조건이 모두 사전에 충족됐다고 가정해도 화재 자체를 막기는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
해당 사고기가 태국 방콕에서 출발해 약 7시간 운항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미 무안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남아있는 연료 자체는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근영 한국교통대 항공운항학과 교수는 "충돌이 일반적으로 항공기 화재를 유발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인 사고에서는 이 둘이 자주 동반된다"며 "잔여 연료가 남아있는 상태에서 물리적 충돌이 가해지면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성막포를 뿌렸다고 해도 항공기가 로컬라이저 둔덕에 정면으로 부딪힌 만큼 화재 억제 효과는 크지 않았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 교수는 "수성막포는 항공기 하부에서 발생하는 불꽃을 제어하기 위한 것인데 이번 참사의 경우 로컬라이저가 있는 둔덕에 부딪치며 항공기 하부가 아닌 전면이 충돌한 것이기 때문에 화재 자체를 막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