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녹취, 위법수집증거"…송영길 '돈봉투 무죄' 근거
이정근 휴대전화 '돈봉투 사건' 핵심 증거
"이정근, 휴대전화 전체 제출 의사 없었어"
"진실 규명 필요하나 위법 압색 억제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가 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 선고기일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01.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송영길 소나무당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돈봉투 살포 혐의가 무죄로 판단된 이유는 법원이 핵심 증거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휴대전화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아서다.
검찰이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을 수사하며 확보한 휴대전화를 돈봉투 사건 수사의 핵심 증거로 활용하면서, 그로부터 수사에 필요한 휴대전화 내 특정 전자정보를 지정하거나 범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허경무)는 8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송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돈봉투 살포 의혹은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수사의 단초가 된 이 전 부총장의 휴대전화가 위법수집증거에 해당해 무죄라고 판단했다. 사실상 '민주당 돈봉투 살포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까지 나아가지는 않은 것이다.
해당 휴대전화에 담긴 이른바 '이정근 녹취파일'은 돈봉투 살포를 송 대표가 인지했는지 여부를 결정할 핵심 증거로, 이 전 부총장이 송 대표에게 돈봉투 살포 계획을 알렸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의 알선수재 사건을 수사하며 해당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했다. 형사소송법 제218조에 따르면 검사, 사법경찰관은 피의자 등이 임의로 제출한 물건을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다.
다만 영장 없이 물건을 압수하기 위해서는 그 제출에 '임의성'이 있어야 하는데, 여기서 임의성이란 피의자 등이 임의제출로 인한 법적 효과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자발적으로 물건을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을 뜻한다.
재판부는 이 전 부총장의 임의제출에 임의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판단 근거로는 ▲이 전 부총장이 수사받고 구속된 점 ▲휴대전화 행방에 대해 거짓말을 반복하다가 뒤늦게 제출한 점 ▲전자정보 제출 범위에 대해 의사표시를 명확하게 한 적이 없는 점 ▲녹음파일이 언론 등에 노출되자 검사와 기자를 고소한 점 등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문제된 통화 녹음파일은 이정근도 돈봉투 살포 관련 공범으로 처벌받게 할 증거들"이라며 "이정근이 무엇을 제출하는지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자신을 처벌받게 할 유죄의 증거까지도 전부 수사기관에 제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적어도 이정근 휴대전화 내 전자정보 중 이정근 알선수재 사건과 무관한 전자정보는 절차에 위법해 수집된 증거들"이라며 "실체적 진실 규명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수사기관의 위법한 압수수색을 억제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이고 확실한 대응책으로써 해당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송 대표는 민주당 당대표 경선캠프를 운영하던 2021년 3월 지역본부장 11명에게 총 650만원을 제공하고, 2021년 4월 국회의원들에게 살포할 돈봉투 20개(총 6000만원)를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 등에게 제공하는데 관여한 혐의(정당법 위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됐다.
또 2020년 1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기업인 7명으로부터 총 7억6300만원을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식인 먹사연 후원금 명목으로 기부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도 받는다.
기업인 7명 중 1명으로부터 받은 총 3억500만원 중 4000만원은 부정한 청탁을 받고 먹사연에 뇌물을 공여하게 한 혐의(특가법상 뇌물)도 있다.
송 대표는 이날 법정에 출석하며 "저로 인해 발생한 전당대회 사건에 대해 국민 여러분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며 "당에 누를 끼쳐서 정치적 책임은 제가 지겠다는 자세로 탈당을 했고 지금까지 외롭게 싸워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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