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 찔끔대책 부동산시장 불확실성만 키웠다
집값잡기 각종대책 되려 쏘시개 역할
규제대책 발표예정에도 시장 '무덤덤'
전문가 "잦은 대책 정책 실패 자인하는 꼴"
조급증 버리고 장기관점에서 봐야 시장 안정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서울 집값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들어 연속 8주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2018.08.24. [email protected]
정부는 지난해 8·27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집값을 잡기위해 전 방위적인 주택 정책을 쏟아냈지만 서울 집값을 잡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강남 발언'이나 김현미 장관의 '임대사업자 혜택 축소' 등의 발언을 놓고 봤을 때 아직도 정부가 부동산시장의 맥(脈)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한다.
11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부처간 조율을 마치고 수요·공급을 총 망라한 부동산종합대책이 발표된다.
우선 지난달 8·27부동산대책 후속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지난달 확정된 세법 개정안보다 강화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요건 강화, 임대주택 등록시 혜택 축소, 신규 공공택지 지정 등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시장 반응은 무덤덤하다. 그동안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규제 지역을 확대하고 추가 후속 대책을 시사하는 등 경고 신호를 잇따라 보냈지만 이제는 내성이 생길대로 생겨 크게 동요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정부가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곳은 '투기 지역이 아닌 투자지역'이라며 상승폭이 확대되기도 했다.
정부가 그동안 수많은 정책을 내놓았음에도 또다시 추석전에 대형정책을 발표하는 것은 사실상 지금까지 내놓은 정책이 실패임을 자인하는 꼴이라는 평가다. 특히 서울의 주택 공급은 부족하지 않다고 지속적으로 말해오다 이번에 공급대책을 내놓기로 하면서 체면이 제대로 구겨졌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가 또다시 정책을 내놓는 것 자체가 기존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어떤 정책을 내더라도 단기간에 집값을 잡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공시가격 인상 방침을 밝혔지만 아파트 값 상승 흐름이 꺾이지 않는 가운데,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부동산 중계소에 부동산 매물 안내표가 붙어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지난주(0.15%) 대비 2배 이상 커진 0.34%를 기록해, 지난 2월 말 0.40% 오른 이후 26주 만에 최고치 기록하고 있다. 2018.08.26. [email protected]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금융규제까지 완화하면서 부동산 경기부양을 부추긴 박근혜 정부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핑계로 삼을 수 있었지만 이번 폭등의 책임은 전적으로 이번 정부에 있다.
특히 참여정부 시절부터 부동산 정책을 짰던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이 "혹독한 실패를 바탕으로 부동산 정책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만든 정책들이라 '실패 후폭풍'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국민들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싸고 당정청이 서로 자기 주장만 내세워 일관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해 실망감을 크게 느끼고 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는 발언으로 입방아에 올랐다. 서민들의 삶과 완전히 괴리된 20~30억원대의 집에서 사는 상위 1%의 생각이 은연 중에 드러났다며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았다.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은 기고문에서 "청와대에서 정책 사령탑을 맡은 사람의 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절망적이고 보유세에 대해 무지한지를 잘 알려준다"면서 "문제는 강남주민들이 대한민국에서 각종 인프라가 가장 좋은 편익은 맘껏 누리면서 그에 대한 대가는 너무 낮게 치르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갑작스레 종합부동산세 강화와 그린벨트 해제까지 염두에 둔 공급확대를 주장하면서 혼란을 부추겼다. 여기에 신창현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신규택지 후보지까지 유출하면서 그 지역에 투기 세력이 쏠리도록 부채질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현실성 떨어지는 책상머리 정책과 조금이라도 오르면 규제책을 쏟아내는 조급증이 오히려 투기를 키웠다고 지적한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8·2 부동산 대책 발표 1년이 지난 가운데 주택시장의 안정세는 유지됐으나 집값이 다시 꿈틀대며 서울과 지방간의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강남권 아파트값은 평균 10.47%나 오르며 서울 집값 상승을 이끌었지만 지방 주택시장은 추락, 8·2대책 이전 1년간 0.01% 올랐던 지방 아파트값은 지난 11개월 동안 1.70% 하락했다. 사진은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의 아파트 모습. 2018.08.02. [email protected]
강남 재건축 규제 강화도 투자 수요가 줄어들고 매물이 쏟아져 자연스럽게 가격도 큰 폭으로 내릴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수요는 여전했고 지분 거래를 막아 매물만 귀해져 가격은 폭등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후 현재까지 내놓은 부동산대책은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대책보다는 일단 과열만 막고 보자는 단기적인 진통제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한민국 부동산 문제의 근본 원인인 과도한 불로소득을 막기 위해 보유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재정개혁특위가 시늉에만 그치면서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현재 기획재정부가 세제 개편안을 추가로 마련하고 국토부는 주택 공급 방안을 준비하고 있으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가 클지는 미지수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집값을 안정화시킨다는 것 자체가 과연 지금 시점에서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일부 지역의 가격이 폭등한다고 이를 잡기 위해 정책을 펴는 것은 선진국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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