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안의 부족 시간 소요"…신원 확인 지연에 유족 항의[무안 제주항공 참사]
무안공항 대합실서 뜬눈으로 밤 지새워
사망자 179명 중 137명 신원 확인 완료
신원 확인된 희생자 호명되자 절규·오열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지쳐 잠들어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 조성하 박기웅 기자 = 무안 제주항공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전 7시께. 전남 무안국제공항 대합실에는 노란 텐트가 마련됐지만 유족들은 의자에서 새우잠을 자며 긴 밤을 지새웠다. 희생자 신원 확인이 늦어지자 밤잠을 설친 유족들이 항의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가족들은 밤새 신원 확인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애를 태웠다. 전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은 대한적십자사에서 마련한 텐트형 재난구호쉘터에 임시로 묵고 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관련 뉴스를 보거나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하며 가족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기다림에 지친 유가족들은 의자에 앉아 대충 담요를 덮은 채 그대로 새우잠에 들기도 했다.
이날 새벽 3시 기준 신분증과 소지품 등으로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는 137명이다. 이 중 91명은 임시 안치소인 공항 내부 격납고로 옮겨졌다. 사고 발생 22시간이 지나고 있지만 시신 훼손이 심한 경우가 많아 사망자의 신원 확인은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하더라도 가족에게 인도되기까지는 검안의 부족으로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날 자정 나원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유족들을 상대로 브리핑을 열고 "사망자가 179명에 달해 물리적으로 시간이 소요될 듯하다"며 "국과수에 감안의를 추가로 파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곳곳에서 유족들의 항의가 터져 나오자 나 수사부장은 "시신 훼손이 심해 DNA 대조 등 절차에도 시간이 소요된다"고 답변했고, 일부 유족들은 '시신 훼손이 심하다'는 말에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이날 오전 2시께 추가로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명단이 불리자 적막감이 감돌 만큼 조용했던 대합실에서는 애끓는 절규가 터져 나왔다. 여행 갔던 딸과 사위의 사망 소식에 "나는 어찌하라고"하는 유족의 곡 소리도 이어졌다. 텐트 곳곳에서 함께 오열하는 소리가 흘러나오며 공항은 한순간 거대한 빈소가 됐다.
나 수사부장은 오전 3시20분께 다시 유족들을 찾아 "최대한 온전한 시신을 찾아서 빨리 인도할 수 있도록 국과수와 협의했지만, (그럴만한) 온전한 시신이 거의 없다"며 "유족 대표가 솔직히 말해달라 요청해 사실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4시50분께 밤을 새운 일부 유족은 뒤늦게 임시 거처가 마련된 인근 목포대 기숙사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하지만 공항 대합실 구석 벤치 등 곳곳에서 대다수 유족들은 뜬눈으로 신원 확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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