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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사태·여객기 참사에…'트라우마' 호소 시민 늘어

등록 2025.01.03 06:00:00수정 2025.01.03 0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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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휩싸인 사회…친숙한 공간서 일어난 참사

"사회적 '안전감' 훼손된 상황서 참사, 스트레스 더 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5.01.02.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2025.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12·3 비상계엄 사태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연달아 일어나 사회적 충격이 극에 달한 가운데,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전례를 찾기 힘든 정치적·사회적 대형 사건이 단 한 달 내 모두 발생한 탓이다.

2일 뉴시스가 만난 시민들은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채 수습되기도 전에 179명 사상자를 낸 참사가 발생한 데 대해 정신적 충격과 우울감을 호소했다.

직장인 성모(37)씨는 사고 영상을 본 뒤 하루 종일 멍한 상태라고 털어놨다. 성씨는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참사였단 생각에 며칠 째 악몽까지 꾸고 있다"며 "계엄의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현실감 없는 참사로 마음을 회복할 겨를도 없다"고 토로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한모(27)씨는 "2달 반 공들였던 금연에 실패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연이어 일어나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은 탓"이라고 호소했다. 도봉구에 사는 유모(60)씨도 "내란을 일으키고도 버티고 있는 대통령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마당에 항공기 사고까지 겹치니 심란해서 위염까지 생겼다"고 털어놨다.

정신의학·심리학 전문가들은 집단적 우울감과 스트레스의 배경으로 최근 연달아 발생한 대형 사건들을 지목했다.

배승민 가천대 길병원 소아정신과 교수는 "반복되고 중첩되는 트라우마는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더 높인다"며 "특히 지난 12월엔 여러 트라우마를 연속되게 겪었다는 점에서 심리적 긴장도나 스트레스 레벨이 높아져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배 교수는 "(여객기 참사로) 애도와 슬픔, 안타까운 마음을 느끼는 건 넓은 의미에서 정상적인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일반적인 반응을 넘어 고통이 커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전문적인 도움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찬승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특임이사(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비상계엄으로) 사회적인 '안전감'이 훼손된 상태에서 대형 참사가 벌어지면 사람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는 '공항'과 '비행기'이라는 친숙한 공간에서 갑자기 발생한 참사인 만큼, 많은 시민들이 심리적 동일시 효과로 인한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고 짚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 참사인 데다 누구라도 똑같이 그런 일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이번 참사는 보편적인 재난인 셈"이라며 "체감하는 트라우마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여객기의 모습 등 관련 영상에 노출되며 심리적 스트레스가 극대화됐다고 분석한다. 임 교수는 "동영상을 안 본 사람들이 없을 것"이라며 참사 당시의 영상을 반복적으로 소비하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우울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일상을 유지하는 동시에 공동체와 더 자주 소통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임 교수는 "가족과 친구들과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극복에 분명 도움이 된다"며 "산책과 운동 등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하며 지켜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 이사도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적인 사건을 재난이라고 한다. 재난 상황에서는 공동체의 연대가 아주 중요하다"며 "서로 지지해 주고 함께 슬퍼하고 함께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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