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野대선판 영남 천하 속 尹 독주…'영남후보론' 깨지나

등록 2021.07.11 05: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야권 대권주자 14명 중 영남 출신 절반 차지

지지율은 윤석열 압도적…영남권은 맥 못춰

역대 대통령 DJ 제외하면 모두 영남 인물 당선

민주당, 盧·文 영남후보 내세워 집권 발판 삼아

야권, 非영남주자 급부상…호남인물론도 등장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 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1.06.29.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 2021.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준호 기자 = 야권 대선판이 난전(亂戰)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영남 출신 잠룡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지만 공교롭게도 서울 태생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선 레이스 초반 독주를 하고 있다. 보수정당에서 전통적으로 대선승리 공식처럼 여겨졌던 '영남후보론'이 깨질 것인지가 정국의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자천타천으로 출마설이 거론되고 있는 잠룡은 총 14명이다.

국민의힘의 원내에선 홍준표, 하태경, 김태호, 윤희숙 의원이 뛰어들었고, 원외에선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황교안 전 대표, 안상수 전 의원, 장기표 경남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담금질을 하고 있다.
 
당 밖에선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최재형 전 감사원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장성민 세계와동북아평화포럼 이사장이 자천타천으로 거론된다.
 
출신 지역별로 분류하면 유승민(대구), 홍준표(경남 창녕), 하태경(부산), 김태호(경남 거창), 장기표(경남 김해), 최재형(경남 진해), 안철수(경남 밀양) 등 7명이 영남권으로 가장 많다.

다음으로 윤석열(서울), 황교안(서울), 윤희숙(서울) 등 수도권 출신 3명, 충청권은 안상수(충남 태안), 김동연(충북 음성) 등 2명이다. 호남권은 장성민(전남 고흥) 전 의원이 유일하고, 원희룡 지사는 제주 출신이다.

최근 지지율을 살펴보면, 여론조사회사 리얼미터가 8일 발표한 야권 차기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33.2%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홍준표 의원 12.9%, 유승민 전 의원 9.7%,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6.6%, 최재형 전 감사원장 4.0%, 하태경 의원 3.9%, 황교안 전 대표 3.4%, 원희룡 제주지사 2.7%, 윤희숙 의원 2.6%, 기타 후보 1.2% 순이었다.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친 최영섭 예비역 해군 대령 빈소 앞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빈소 조문을 위해 다녀간 뒤 취재진을 만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07.0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 최재형 전 감사원장. 2021.07.08. [email protected]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선호도 조사에서도 윤 전 총장이 58.0%로, 홍 의원 10.0%, 유 전 의원 6.0%, 최 전 원장 5.6%, 황 전 대표 3.5%, 안 대표 3.4%, 원 지사 2.0% 등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격차를 드러냈다.

같은 날 엠브레인·케이스탯·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 회사가 공동 실시한 보수진영 대선 후보 적합도는 윤 전 총장 25%, 홍 의원 10%, 유 전 의원 9%, 안 대표 7%, 원 지사 3%, 황교안 전 대표 2% 등의 순이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영남 대권주자가 많은데다, 야권 지지층의 성향을 따져 볼 때 대체로 보수일변도인 점을 고려하면 '영남 본적'이 대권 경쟁에서도 보이지 않는 가점이 될 수도 있지만, 서울 태생인 윤 전 총장이 독주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하다.

여론조사 기관별로 차이가 있지만 윤 전 총장이 대체로 30%를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유승민, 원희룡, 황교안, 최재형 등 다른 대권주자들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 이하라는 점과 대조적이다.

이 같은 현상의 원인을 놓고 영남후보론의 '약발'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된 이후로 김대중 대통령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 당선자는 김영삼, 노무현, 박근혜, 문재인 등 모두 영남권 출신이란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보다는 후보 개인의 면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유 전 의원은 보수 텃밭인 대구 출신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갈등과 탄핵 사태로 '배신자' 낙인으로 정치적으로 긴 암흑기를 보내 후유증을 앓고 있다. 홍 의원도 영남의 유력 대권주자지만 잇단 막말 논란으로 인해 외연 확장성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이른바 '윤석열 대세론'이 대선정국에 광풍처럼 불어닥친 것도 간과할 순 없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논란과 처가 리스크로 흠집이 생겼지만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라는 입지는 여전히 굳건한 편이다.

비(非)영남권 주자이지만 검찰총장 시절 문재인 정부와 공개적으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보수 진영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잇는데다, 본인은 서울 출신이지만 본가는 충청, 외가는 강원도라는 점도 지지율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윤 전 총장이 '충청 대망론'을 띄우는 이유도 중원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서울=뉴시스]야권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 유승민 전 의원(가운데), 홍준표 무소속 의원(오른쪽).

[서울=뉴시스]야권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도지사(왼쪽), 유승민 전 의원(가운데), 홍준표 무소속 의원(오른쪽).

이에 맞서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야권에서 '플랜B'로 거론되며 이른바 'PK 대망론'을 타고 있지만 윤 전 총장의 대세론을 잠재우고 '영남후보론'의 정점에 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윤 전 총장이 현 정권과 여러차례 충돌하며 반문(反文) 여론을 등에 업고 대권주자로 올라선 반면, 최 전 원장은 원전 감사를 둘러싼 갈등 외에는 대선을 8개월 남은 시점에 바람을 일으킬 만한 강한 '동력'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영남후보론이 야권보다 오히려 여권에 잘 들어맞는 전략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한 정당에서 영남 출신 대통령 후보를 배출해야 정권을 잡기 수월하다는 논리에 기인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을 대표적인 예로 꼽는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호남 출신이지만 소위 DJP 연합을 결성해 김종필(충청)·박태준(경남) 전 자민련 총재와 손을 잡고 정권을 탈환할 수 있었다. DJP 연합을 'DJT(DJ+JP+TJ) 연합'으로 부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재 여권에서 지지율 선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도 호남 정당 소속이지만 경북 안동 출신의 영남후보다. 

이 때문에 야권 일각에선 반대로 보수정당에선 '호남 후보론'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많은 영남권 지지를 기반으로 두고 호남 지역에서 확장성을 갖춘 호남 출신 후보를 내세워야 정권 탈환에 유리할 것이란 전략이다. 국민의힘 당 내에서 호남에 '제2지역구 갖기 운동'이 펼쳐지고 영남 정당을 탈피하기 위해 최근 당 지도부가 호남을 자주 찾는 것도 친(親)호남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전략이다. 현재 야권 대선주자 중 호남출신은 장성민 전 의원이 유일하다.

야권 관계자는 "내년 대선이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강 구도로 치러질 경우 호남이든 영남이든 각각 기본 지지율 40% 정도는 나올 것"이라며 "결국 대선에서 이기려면 과반 이상 지지율을 확보해야 하는데 민주당은 영남에서, 국민의힘은 호남에서 10% 이상의 두 자릿수 득표율만 가능하다면 어느 쪽이든 정권을 잡게 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