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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위, 올해도 결국 '늑장 심의'…37년 간 28번 지각

등록 2024.06.30 08:00:00수정 2024.06.30 08: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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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차회의서 노사 최초안 안나와…인상률 논의없이 기한만료

단골손님 '업종별 차등적용'…매년 노사 충돌로 심의 길어져

기한 준수 강제성 없어…지난해엔 20일 넘겨 역대 최장 심의

"차등적용 논의는 신중하게 접근해야…인상률 논의는 속도↑"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6.27.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지난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6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2024.06.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법정시한이 만료된 가운데, 최임위는 결국 올해도 기한 내 인상 수준을 정하지 못했다.

매년 이같이 기한을 넘기면서 '늑장 심의'가 관행처럼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최임위에 따르면 지난 27일 열린 최임위 제6차 전원회의는 노사가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막을 내렸다. 올해 최임위 법정 심의기한은 6월27일이다.

5차 회의 당시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다음 회의까지 노사가 최초 제시안을 준비할 것을 요청했으나 '업종별 차등적용' 관련 마라톤 공방에 인상 수준 논의는 시작조차 하지 못한 것이다.

최임위가 기한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이후 법정 기한을 지킨 사례는 9번뿐. 지난해에는 법정 심의기한을 20일 넘기면서 역대 최장 심의 기록을 갱신했다.

이 같은 늑장 심의가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는 최저임금 제도개선 문제다. 특히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는 매년 최임위에서 단골 손님으로 등장해 노사간 줄다리기를 부추겼다.

통상 최임위는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차등적용 여부 ▲최저임금 수준 순서로 심의를 진행한다.

최저임금 수준이 결정돼야 심의가 종료되지만, 정작 두 번째 순서에서 노사가 매년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심의기간이 길어지는 형국이다.

올해 최임위에서도 그랬다. 노동계는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제도의 취지와 목적을 훼손한다"며 반대했다.

6차회의에서 근로자위원인 이미선 전국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최저임금 차등적용은 특정 업종 노동자의 임금 최저 수준과 생활 안정을 보장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의 경제생태계가 무너져도 신경 쓰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최저임금의 목적과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미만율 등 소상공인의 경영상 어려움을 근거로 계속해서 적극 찬성해왔다.

사용자위원 간사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숙박, 음식업, 보건사회복지업 등의 사업장에서는 현 수준의 최저임금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커진다"며 "이러한 시장 현실을 외면한 채 업종 구분 없이 일률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해 온 관행을 이제는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같이 노사가 충돌하자 공익위원 측은 표결에 올리자고 제안했으나 노사 모두 추가 논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해 다음 회의에서 이어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5.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열린 최저임금 제도개선 촉구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6.25. [email protected]


지난해도 올해와 유사한 흐름으로 회의가 진행됐다. 노사가 차등적용을 두고 끊임없이 공방을 벌였고 6차회의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이에 7차회의에서 표결에 올랐고 반대 15표, 찬성 11표로 최종 부결됐다. 이후 본격적인 인상 수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노사가 인상 수준에 타결에 이르지 못하며 기한이 만료됐다. 결국 법정 심의기한을 20일 넘기면서 심의가 종료됐다.

이밖에도 올해 최임위에서는 노동계가 '최저임금 확대적용'을 주장하며 노사가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했다.

근로자위원들은 특고(특수고용)·플랫폼 종사자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으나 사용자위원들은 차등적용과 최저임금 안정화를 주장하며 공방으로 번졌다. 결국 4차회의에서 공익위원 측이 심의가 종료된 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채 논의가 마무리됐고 5차회의부터는 업종별 차등적용을 두고 노사가 충돌한 것이다.

아울러 심의기한을 준수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도 늑장 심의의 원인으로 꼽힌다.

기한 준수는 일종의 훈시규정으로,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은 "장관은 매년 8월5일까지 최저임금을 결정하고 고시해야 한다"는 규정만 제시하고 있다.

다만 매년 이같이 심의가 늦어지는 것이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12대 최임위 공익위원을 맡아 지난해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한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업종별 구분적용은 한 두 번 회의하고 신속하게 결정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린다"며, "공익위원들도 그런 상황에서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노사의 수용성 제고를 위해 충분히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6차회의에서도 공익위원 측은 노사에 논의할 시간을 충분히 주겠다고 한 바 있다.

다만 노 위원은 최저임금 인상 수준 논의와 관련해서는 "일정이 지체 되지 않게 위원회 차원에서 심의를 촉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7월 중순이 되면 완전히 마무리해야 하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회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이다. 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한다.

제7차, 8차 전원회의는 각각 내달 2일,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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