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181명 중 179명 사망' 국내 항공사고 중 최대 피해(종합4보)[무안 제주항공 참사]

등록 2024.12.29 22:25:13수정 2024.12.30 14:04:2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승객·승무원 181명, 12시간여 수색에도 단 2명만 생존

랜딩기어 안 펴고 동체착륙하다 사고…기체 '산산조각'

예비 부부·팔순 여행…가족여행객 많아 안타까움 더해

"특별재난구역·국가애도기간" 선포, 범정부 차원 대응

'조류 충돌? 고장?' 사고 원인 분분…원인 규명 '잰걸음'

[무안=뉴시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 구조물 등을 충돌해 기체에서 불이 나고 있다. (사진=무안소방서 제공) 2024.12.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무안=뉴시스]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이탈, 구조물 등을 충돌해 기체에서 불이 나고 있다. (사진=무안소방서 제공) 2024.12.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정진형 변재훈 박기웅 성소의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을 시도하던 제주항공 여객기가 공항 시설물을 정면충돌한 뒤 폭발, 탑승자 179명이 사망하고 단 2명 만이 생존했다. 역대 국내에서 발생한 항공 사고로는 가장 피해가 큰 최악의 대형 참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귀국하는 가족을 반갑게 맞았어야 할 공항 대합실에서는 절규와 울음만이 울려 퍼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사고 직전 '조류 충돌 주의' 관제 교신이 있었던 점 등을 토대로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 당국이 착륙 도중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 화재 현장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소방 당국이 착륙 도중 충돌로 추정되는 사고가 난 여객기 주변 화재 현장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181명 탄 여객기가 활주로 넘어 담장 '쾅'…대다수 사망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태국 방콕발 무안행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랜딩 기어를 펼치지 못하고 활주로를 벗어났다.

이어 시설물을 정면충돌,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치솟았다. 기체 동체는 후미(꼬리)만 형체를 남기고 활주로 주변 곳곳에 파편으로 튀거나 모두 탔다.

당국은 중앙119구조본부·소방항공대, 소방 헬기·소방차 등을 동원해 충돌 사고 43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사고 여객기에는 탑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탑승객 중 태국인 2명을 제외한 179명이 한국인이었다.

12시간여에 거친 구조·수습 작업에도 불구, 최종 사망자는 179명(남성 84명·여성 85명·성별 확인 중 10명)으로 파악됐다.

그나마 형체가 남았던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 있던 남·녀 승무원 2명은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고기는 당초 이날 새벽 태국 현지 방콕공항에서 출발해 오전 8시30분 무안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여객기 꼬리날개를 들어 올리며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가 발생한 29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사고현장에서 소방 당국이 사고 여객기 꼬리날개를 들어 올리며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연말여행 떠난 가족 탑승객 많은 듯…만 3세 승객도

사고 여객기에는 연말 여행에 나선 가족 단위 탑승객이 많아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고가 난 여객기는 연말을 맞아 태국 3박5일 패키지 여행에 나선 가족 여행객이 상당수 탔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역 관문 공항인 특성 탓에 탑승자 중 광주·전남 지역민은 157명(86.7%)에 달했다.

최연소 탑승자는 2021년생 3세 남아(사망)로 확인됐다. 20세(2004년생) 미만 미성년자 탑승객은 15명으로 유치원생부터 초·중·고 학생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세 미만 아동도 5명이다. 이들 모두 가족과 함께 사고 여객기에 타고 있었다.

탑승객 연령대도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결혼 석 달을 앞둔 예비부부부터 팔순 기념 가족 여행까지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랐다.

[무안=뉴시스] 박기웅 기자 =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사장등 관계자들이 여객기 추락 사고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29. pboxer@newsis.com

[무안=뉴시스] 박기웅 기자 =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사장등 관계자들이 여객기 추락 사고 유가족들에게 사죄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4.12.29. [email protected]

"신원 알려달라" "일가족 탔는데" 유족 울분·오열·실신

사고 직후 당국은 공항 1층 대합실에 임시 안치소를 마련했고, 한걸음에 달려온 사고기 탑승자 가족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한국공항공사와 소방 당국이 차례로 구조 현황을 발표하자, 가족들은 "몇시간째 아무런 설명이 없다"며 거세게 항의했다. "사고가 난 직후 브리핑은 오전에 한 차례 뿐이었다", "왜 탑승자 생사 문제를 가족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느냐"는 아우성이 쏟아졌다.

일부 가족은 "어디에서 기다려야 하는지, 사망자 신원은 확인됐는지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탑승자 가족들은 브리핑 과정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람 만이라도 이름을 알려달라"고 소리쳤고,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 인적사항이 공개되자 애끓는 울음과 절규에 가까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실신해 병원으로 옮겨진 이도 있었다.

한 유족은 "아들과 며느리, 손주가 탔다. 아이는 9살이고 며느리는 거기(제주항공) 직원인데 모처럼 쉬는 날이라 같이 여행갔다"며 울먹였다.

사고 11시간여 만에 현장에 온 제주항공 경영진이 머리를 숙였지만 감정이 격해진 일부 유족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신원 미확인 사망자와 탑승자 가족의 DNA 대조 작업도 시작됐다. DNA 대조 분석을 통한 신원 확인은 빨라도 하루가량 걸릴 전망이다.

 [서울=뉴시스] 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내 시설물과 충돌했다. 해당 여객기는 랜딩기어가 제때 펼쳐지지 않으면서 두 차례 가량 착륙에 실패했으며 활주로를 벗어나 불시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9일 오전 9시3분께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착륙 도중 활주로를 이탈해 공항 내 시설물과 충돌했다. 해당 여객기는 랜딩기어가 제때 펼쳐지지 않으면서 두 차례 가량 착륙에 실패했으며 활주로를 벗어나 불시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무안 '특별재난지역' 선포…범정부 수습·야간 수색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고 50분여 뒤인 자신이 본부장을 맡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본격 가동했다.

최 대행은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을 1차장으로, 고기동 행정안전부 장관 직무대행을 2차장으로 중대본을 구성해 범정부적 역량 동원, 신속한 대응, 피해 수습방안 강구를 지시했다. 특히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중대본 회의를 마친 뒤에는 곧바로 참사 현장을 찾은 직후 무안군청에서 2차 중대본 회의를 열었다.

귀경 이후 3차 중대본 회의에서 최 대행은 "내년 1월4일 24시까지 7일간을 국가애도기간으로 정하고 무안공항 현장과 전남, 광주, 서울, 세종 등 17개 시도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해 희생자에 대한 조의와 애도를 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전남 무안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피해수습, 유가족 지원, 부상자 치료 등 필요한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신속한 사고 원인 파악과 책임 소재도 명확히 묻겠다는 뜻도 밝혔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항공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의 원인으로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에 따른 항공기 엔진 폭발이 지목되는 가운데 2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주변으로 철새떼가 날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조류 충돌?" "랜딩기어 고장?"…원인 규명 과제는

항공 사고 원인 규명을 도맡는 국토부는 사고 직전 관제탑에서 "조류 충돌(버드스트라이크) 주의보" 교신을 한 지 얼마 안 돼 조종사가 긴급구조신호 '메이데이'를 선언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관제탑은 오전 8시54분 착륙허가를 내렸고 오전 8시57분 조류회피 주의 조언(caution bird activity)을 했다. 이후 8시59분 사고 항공기 기장이 메이데이(긴급구난신호) 선언을 했고, 오전 9시3분 사고가 났다.

메이데이 선언 직후 복행(재착륙을 위해 다시 떠오르는 것)하지 않고 당초 착륙 방향이 아닌 19방향(반대 방향)으로 착륙하려다 활주로를 지나 담벼락까지 충돌했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사고 전후 목격자 진술이나 탑승객이 보낸 문자메시지 역시 조류 충돌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철새 서식지와 인접한 무안공항은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조류충돌 사고 10건(발생률 0.09%)이 났다. 발생률 기준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잦다.

다만 착륙 직전 불씨·연기가 피어오른 기체 오른쪽 엔진, 두 차례 착륙과정에서 끝내 펼쳐지지 않은 랜딩기어 등도 사고 원인 규명 과정에서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로 떠올랐다.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직원들이 무안공항 현황도를 보며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2024.12.29.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 강종민 기자 = 무안공항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직원들이 무안공항 현황도를 보며 사고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국토부 사고 원인 규명 '잰걸음'…수사기관도 채비

현재 국토부는 조류충돌 위험 경보 발령 당시 정확한 새떼 (출몰) 규모, 여객기의 과거 사고·정비 이력 등은 파악 중이다.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사고조사반은 현장에서 초동 조사 중이다. 블랙박스 중 비행기록·음성기록 장치 모두 수거해 분석한다. 블랙박스와 항적기록, 교신내역, 관제기관 관계자 조사 등을 다각도로 진행한다.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까지는 최소 6개월에서 최대 3년까지 걸린다고 국토부는 전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내년 1월1일 오전 5시까지 폐쇄키로 했다. 사고 기체는 189좌석 규모 보잉사의 B737-8AS로 2009년 8월 제작됐다. 기령으로 15년된 비교적 신형으로 분류된다.

사고기 조종사의 비행 시간은 기장이 6823시간, 부기장은 1650시간이었다. 기장은 2019년 3월, 부기장은 2023년 2월 사고기 조종을 맡았다. 운항사 제주항공 측은 기체 점검·정비에는 문제가 없었고 일각의 무리한 운항 일정이라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전남경찰청 수사부장이 이끄는 전담 수사본부(전남청·일선서 3곳·기동대 579명 규모)도 차려졌다. 수사본부는 국토부 사고조사단과 함께 수사가 필요한 사안은 없는지 들여다본다.

검찰은 이종혁 광주지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대책본부를 꾸렸다. 신속한 피해자·유족 지원, 철저한 사고 원인 규명 등을 위해서다. 광주지검 형사3부와 공공수사부, 광주지검 목포지청 형사2부 등 3개팀 검사 총 16명이 투입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