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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근로자 아닌 '노동자'"…명칭 변경 논의 재점화되나

등록 2025.01.03 09:52:31수정 2025.01.03 12: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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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근로기준법→노동기준법 개정안

"노동 통제적 의미…'노동'이 가치중립적"

한국노총 등 노동계도…"노동자의 날로"

사회 혼란 우려도…"사회적 논의 거쳐야"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근로자의 날인 지난해 5월1일 대구시의회 앞 5차선 도로에서 열린 ‘2024 세계노동절 대구대회’에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01. lmy@newsis.com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근로자의 날인 지난해 5월1일 대구시의회 앞 5차선 도로에서 열린 ‘2024 세계노동절 대구대회’에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5.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신혁 기자 = "언제까지 노동자를 노동자로 부르지 못하게 할 것인가."

지난 2023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의 성명이다. 그간 노동계, 야당, 진보 단체 등은 '근로자'라는 법적 용어를 '노동자'로 바꾸어야 한다고 줄곧 목소리를 냈다. 근로자라는 용어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돼 '노동 통제적 의미'가 내포됐다는 주장에서다.

새해에도 노동관계법 개정 논의에 다시금 불이 붙을 전망이다. 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근로기준법 등을 '노동'기준법으로 바꾸는 등의 개정안이 발의됐기 때문이다.

3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10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근로 및 근로자를 노동, 노동자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근로기준법 외에도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 근로복지기본법 등에 같은 내용이 담겼다.

개정 주장의 배경은 그 정의에 있다.

노동관계법의 대표격인 근로기준법은 근로를 '정신노동과 육체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해당 법에서 근로자는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에는 노동과 근로가 혼용되고 있으나, '노동자' 용어는 찾아볼 수 없다.

법률상 용어가 근로자로 바뀌게 된 것은 박정희 정권부터다. 당시 정부는 1963년 4월17일 '근로자의날 제정에 관한 법률'을 정하고 노동절은 근로자의 날로 바뀌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근로를 노동으로 수정하는 내용을 담은 헌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한시적으로 정부에서도 '노동자'라는 용어를 썼으나 윤석열 정부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환노위 야당 측 위원들은 '근로'가 일제강점기부터 사용돼 왔으며 그 이면에 국가의 노동 통제적 의미가 내포돼 있다고 본다.

반면 '노동'은 가치중립적인 용어라는 주장이다. 통상 노동이란 '사람이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얻기 위해 육체적 노력이나 정신적 노력을 들이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들은 "법률에서는 되도록 보편적이고 가치중립적인 용어인 노동으로 통일해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촉구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019년 8월 열린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의회에서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26.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2019년 8월 열린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책협의회에서 김주영 전 한국노총 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9.08.26. [email protected]


노동계도 마찬가지다. 한국노총은 2017년 전태일 열사 47주기를 맞아 정부와 국회에 법률 등에 근로라는 단어를 없애고 노동으로 변경해 줄 것을 요구했다. 노동자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폄훼하고, 수동적이고 복종적인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주장에서다.

이후 2023년에도 133주년 세계노동절을 맞아 같은 내용을 담은 성명을 내놨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도 의견을 함께 한다. 전호일 민주노총 대변인은 "계속적으로 노동이라는 명칭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고 환노위에서도 논의가 빠르게 진행돼 노동자의 이름이 정확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도 양대노총 등 노동 관계 단체들은 근로자 혹은 근로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성명, 논평, 기자회견 등에서 노동 및 노동자라는 용어만 사용된다.

이 같은 주장은 '근로자의 날'을 둘러싼 논의에서도 확인된다. 노동계와 야당은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 혹은 노동절로 바꿀 것을 요구해 왔다.

현 환노위 야당 간사인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한국노총 위원장을 맡고 있을 당시 근로자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11월에도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로 개정하는 안을 발의했다. 같은 당 박홍배 의원도 지난달 18일 노동절로 변경하는 안을 냈다. 21대 국회에서도 같은 내용의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된 바 있다.

다만 단순히 법적 용어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그 정의마저 개정된다면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기선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용어만 바꾸는 것은 큰 문제는 없겠지만 법령상 정의를 건드리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굉장히 큰 부분"이라며 "노란봉투법도 노조법상 근로자 개념을 바꾸자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로 바꾸면서 기존 노동관계법에 포섭되지 못했던 노무제공자,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등을 포함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굉장한 사회적 파장이 있을 것"이라며 "사회적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취지가 담겨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노동계는 현행 근로기준법으로부터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플랫폼 종사자, 프리랜서, 특고(특수고용) 종사자 등까지 노동관계법령의 범위에 포섭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꾸준히 냈다. 이들은 근기법상 근로자와 그 외 노무제공자들까지 모두 노동자라고 부른다.

이 같은 노동계 및 야당의 주장을 두고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헌법에 근로 및 근로자라고 나와 있기 때문에 법 개정 자체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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