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싸움터' 된 서초동③]"사법부에 책임전가 반복…국민들 '피로감 심화'"

등록 2025.01.03 08:00:00수정 2025.01.03 10:06:25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정치권 압박에 방어적·소극적 판결 우려

사법부 고심 길어지고 국민들 사건 뒷전

대화·타협의 실종…정치권 자정 노력해야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이날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경호처가 관저 문을 열지 않을 경우 이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2025.01.01.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지난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이날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은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경호처가 관저 문을 열지 않을 경우 이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2025.01.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장한지 이소헌 기자 =
"정치의 사법화는 대화와 타협의 실종이며 정치의 부재다."


여야 간 협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사법부에 떠넘기는 현상이 절정에 치달았다. 선거철마다 상대 진영 후보에 대한 고소·고발을 남발하던 수준에서 법관에 대한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고 나아가 체포영장, 헌법재판관 임명, 탄핵안 가결 등 절차마다 법원에 위법성 판단을 구하는 등 사법부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정치적 사안이 사법부에 산적하게 되면 일반 국민의 사건들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회가 자발적으로 제동을 걸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 '법원으로 가자' 반복…"사법의 정치화 심각"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한창 신임 헌법재판관은 전날 열린 취임식에서 "정치적 영역에서 해결돼야 할 다수의 문제가 민주적 정당성을 지닌 기관들의 합의를 통해 해결되지 못한 채 사건화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등으로 어려운 일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 문제가 시대적 과제로 제시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대통령 탄핵심판을 통한 정권 교체, 대법원 판단 전까지 정치적 결정을 미루는 일 등이 반복되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심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적 사안을 사법부에 넘긴 다음, 법관이 어떤 결론을 내리면 사법부 탓을 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정치의 실종'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영수 고려대 로스쿨 교수는 "정치권에서 갈등이 생기면 반복적으로 '법원으로 가자' '헌법재판소로 가자'하면서 정치의 사법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까지 전부 사법부로 들고 가기 시작하면 대화와 타협이 실종되는 것이기 때문에 민주정치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도 하고 그만큼 사법부에는 부담이 커진다"고 진단했다.

판사 탄핵, 판사 징계, 코드 인사 등 정치권의 압박이 계속되면 판사는 방어적이고 소극적인 판결을 내릴 우려가 있다. 사법부의 고심이 길어지고 정치적 사안이 많아질수록 일반 국민들의 이른바 '평범한 사건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장 교수는 "자기 정당에 유리한 판단을 내려 달라는 취지로 압력을 가하며 정치권이 사법의 정치적 중립을 흔들고 있다"며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할 사법부가 여러 가지 정치적 고려를 함으로써 판단이 지연되는 사례, 왜곡된 판단을 내리는 사례가 생겨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의 부재, 자정 노력해야…국민들 피로감 느낄 것"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을 앞둔 지난해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1.15.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사건 관련 1심 선고 재판을 앞둔 지난해 11월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인근에서 이재명 대표의 무죄 판결을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2024.11.15. [email protected]



전문가들은 정치의 사법화, 사법의 정치화를 해소하려면 국회가 자정 노력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치적 사안을 사법부로 떠넘기는 것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울러 검사·판사 출신 정치인이 많아질수록 사법 불신이 자라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제한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서울고검장 출신 김후곤 변호사(법무법인 로백스)는 "검사와 판사, 국정원, 국세청, 경찰 등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는 공무원들이 퇴직하자마자 정치권으로 가는 통로를 일정 기간 제한해야 한다"며 "마치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다가 정치권에 가서 울분을 토하는 듯한 태도가 결국은 정치를 망치고 검찰·사법부를 망치는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거대 야당 주도의 국회도 현재 탄핵소추권과 예산 심사권을 과도하게 남용하고 있다"며 "그러나 국회의 경우 탄핵의 대상도 되지 않고 입법 독재에 대한 통제 권한도 없기 때문에 입법부의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 김종민 변호사(S&L 파트너스)도 "국회 의원 상당수가 검찰 간부 출신들인 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판사와 검사, 그다음에 경찰 출신은 5년 내지 10년 정도 선출직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정치의 사법화가 반복돼 피로감을 느끼거나, 사법적 판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나온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 이재희 변호사(법무법인 송우)는 "정치적인 타협에 의해서 해결해야 할 부분까지 법원을 가지고 오게 되면 정치의 부재가 돼버리고 일반 국민들의 생활에도 피해가 가게 된다"며 "법원이나 헌법재판소에 부담을 전가한 다음에, 어떤 결론을 내리면 국민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는 등 정치적인 소용돌이에 휘말려드는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답이다"라며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고 생각했다가 '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이 바뀌고 결국 변증법적으로 중간 정도로 수렴하면서 국민들의 사고가 발전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