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동일 회사 다른 보험에 직업 변경 알리면 통지 의무 성립"
운전자보험만 직업 변경 사실 알린 계약자
상법상 통지 의무 위반 여부 재판서 쟁점
2심 "별개의 보험…통지 의무 다하지 않아"
대법 "운전자보험만 변경 통지할 이유 없어"
[서울=뉴시스]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2025.01.03. (사진 = 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같은 보험사에 여러 보험을 가입한 경우 어느 한 보험에 피보험자의 직업 변경과 같은 위험 변경 증가 요인을 알렸다면 통지 의무가 성립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해 11월28일 A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지난 2006년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보험 계약을 체결했다. 사고로 사망하거나 후유장해 시 가입금액을 지금하는 내용이다. 계약 당시 B씨의 직업은 경찰관이었다.
A씨는 2017년에는 B씨를 피보험자로 하는 운전자보험을 계약했는데, B씨는 2015년 10월 화물 운전사로 직업을 바꿨던 상황이었다.
A씨는 보험증권을 받아 살펴보던 중 B씨의 직업이 경찰관으로 기재된 것을 확인하고 보험설계사에게 직업이 화물 운전사로 변경됐다고 고지했다. 이에 보험사 측은 B씨의 직업을 변경 등록하고 보험료를 증액했다.
A씨는 B씨가 2018년 사고로 척추가 손상돼 후유장애 진단을 받자, 상해보험에 따른 보험료를 청구했다. 하지만 보험사는 상법상 규정된 계약 후 통지 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금을 감액해 지급했다. 상해보험에는 직업이 변경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A씨 측은 "상해보험 약관에는 여러 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할 경우 각 보험 계약마다 개별적으로 특정해 직업 변경을 통지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있지 않았다"며 "계약 체결 당시에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보험사 측은 "이 사건 보험계약에 대해 조회할 권한과 통지수령권한이 없는 별건 보험계약의 보험설계사에게 유선 상 직업 변경 사실을 고지했을 뿐 통지 의무를 이행한 것은 아니다"라고 맞섰다.
1심은 A씨의 손을 들어줬지만 2심은 상해보험과 운전자보험은 별개의 계약으로 보고 A씨가 통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보험 계약과 그 후 체결된 운전자보험은 전혀 별개의 보험 계약"이라며 "원고가 운전자 보험의 보험설계사에게 직업변경 사실을 이야기한 것만 가지고 이 사건 보험계약의 보통약관이나 상법이 규정하고 있는 '위험의 변경 혹은 증가'에 관련 한 통지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A씨가 고의로 운전자보험에만 직업 변경 사실을 고지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대법원은 "원고로서는 담당 보험설계사에게 직업 변경 사실을 통지하면서 운전자보험 외에 피보험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이 사건 상해보험에 관해서도 통지가 이루어진다고 믿었을 것"이라며 "상해보험을 제외한 채 이 사건 운전자보험에 한해서만 직업 변경을 통지할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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