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렘의 공간에 애끓는 통곡만' 절규로 뒤덮인 무안공항
자녀, 손주, 부모 떠나 보낸 가족들의 울부짓음
기대 가득해야 할 공항에 설움과 분노, 좌절만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한 유족이 주저앉아 머리를 붙잡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무안=뉴시스]박기웅 기자 = 떠남과 만남이 마주하는 '설렘의 공간'이 피붙이를 찾아 헤매는 가족들의 애끓는 절규로 무겁게 가라앉았다.
'가족의 시신이라도 온전히 찾을까' 빠짐 없이 브리핑 현장을 쫒아 다니던 가족들은 오늘도 수차례 희망과 절망만을 반복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이튿날인 30일 오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적막이 감돌던 대합실 한켠에서 공간을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내 새끼 살려내, 내 새끼 살려내" 한 어머니의 한맺힌 울부짓음은 금새 곳곳으로 퍼졌다. 자식을 먼저 보낸 참척의 통곡에 주변에 있던 이들도 북받치는 설움을 참지 못했다.
가족 4명, 태국을 여행한 18명의 일행 중 인도를 경유했다가 유일하게 생존한 남편이자 아버지는 "아내와 아들의 시신도 찾지 못했다"며 오열과 분노를 토했다.
아들과 며느리, 9살 손주의 행방을 찾아 달려온 어머니는 "추가 생존자가 없다"는 말에 주저 앉아 목놓아 울었다.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는가" 부인의 마땅한 영정 사진을 찾지 못한 남편은 그저 "내가 변변치 못한 사람"이라며 허탈히 웃다 이내 다시 흐느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가족들의 얼굴은 사고 이틀 만에 핏기마저 가셨다. '퉁퉁' 부어버린 눈꺼풀을 간신히 뜬 채 유가족들은 피붙이 소식만을 찾아 밤새, 하루에도 몇번이고 브리핑장을 찾았다.
[무안=뉴시스] 박기웅 기자 =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1층 대합실에서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 탑승자 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email protected]
처음에는 '살아 있을까'에서, 다음에는 '신원은 언제나 확인할 수 있을까'로. 이제는 '온전히 가족의 품으로 되돌아올 수는 있을까'로.
가족들은 "아직은 시신을 인도하기 어렵다"는 말에 몇번이고 좌절했고, 억겹의 시간에 갇혀 고통에 몸부림쳤다. 마중의 기쁨, 떠남의 설렘이 가득해야 할 무안공항은 그렇게 거대한 빈소가 됐다.
앞서 지난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방콕발 제주항공 7C2216편 여객기가 동체 비상착륙을 하려다 공항 시설물(콘크리트 구조물 기반 로컬라이저 안테나)을 정면충돌한 뒤 폭발했다.
기체가 산산조각 나며 불길에 휩싸여 모두 탔다. 12시간여 구조 작업에도 탑승자 181명(승무원 6명·승객 175명) 중 179명이 숨졌다. 기체 후미 비상구 쪽에서 구조된 승무원 2명만이 생존, 치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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