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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해진 의평원 평가인증 기준…'의대 증원' 대학들 한숨

등록 2024.07.30 21:09:20수정 2024.07.30 23:2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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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0일까지 평가 제출…물리적으로 힘들어"

'다양한·적절한'의 기준은?…"정량 지표 필요해"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주요변화평가 계획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계획안을 살펴보고 있다. 2024.07.30. kmn@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30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주요변화평가 계획 설명회에서 한 참석자가 계획안을 살펴보고 있다. 2024.07.3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당장 내년에 '정기평가'를 받아야 하는 의과대학은 '주요변화 평가'까지 준비하기에 벅찹니다", "교육 시설을 지었다가 후에 학생 수가 줄어들면 어떻게 합니까".

30일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이 실시한 '2024년도 의학교육 평가인증 주요 변화평가 계획(안) 설명회'에서 전국 의과대학 관계자들은 의평원에 질문했다.

의평원은 학생 수가 갑자기 10% 이상 늘어난 30개 의대를 상대로 이들이 교육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주요변화 평가'를 실시한다. 각 의대는 의평원의 평가를 받기 위해 앞으로 6년간 어떻게 신입생을 교육할 것인지 설명한 '주요변화 계획서'를 11월30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의평원의 주요변화 평가에서 인증받지 못한 의대는 현행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라 신입생을 뽑을 수 없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의대 관계자들은 의평원의 기준이 '가혹'하고 '모호'하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8월에 '중간평가' 냈는데 '주요변화 평가' 또 내나"

평가를 준비하는 대학들은 행정적 부담을 호소했다. 이미 의대는 2~6년 주기로 '정기평가'와 '중간평가'를 제출하는데 이 사이에 '주요변화 평가'까지 제출하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 국립대 관계자는 "우리 학교는 8월에 'ASK2019(의평원 평가 인준 기준)'의 92개 항목에 맞춰 중간평가를 제출한다. 그런데 '주요변화 평가'를 신청하면 내용이 중복된다"며 "괜한 행정력 낭비가 아닌가"라고 말했다. 주요변화 평가 기준 51개는 ASK2019에서 발췌했기 때문에 사실상 항목이 같다.

안덕선 의평원 원장(연세대 의대 교수)은 정기평가와 중간평가는 지난 2년 간의 상황에 대한 자체적인 평가인 반면 주요변화 평가는 향후 벌어질 상황에 대한 평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가 시기와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수도권 사립의대에서 행정 분야를 담당하고 있다는 관계자는 "정기평가는 그간의 실적을 평가받는 것이기 때문에 교원들도 의기투합을 해 보고서를 작성한다. 그러나 주요변화 평가는 구성원마다 입장이 다르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11월30일까지 주요변화 평가를 완성하는 건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지적했다.

의대 교수들 사이에서 학생 수 증원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대학이 핵심 구성원인 교수의 협력 없이 자의적으로 주요변화 계획서를 작성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의평원의 평가 기준 중 하나인 '임상실습 자원' 부분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의평원은 학생들이 임상경험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질환의 환자와 충분한 수의 환자를 확보하고 있는지 평가할 예정이다.

지역 소재 대학 관계자는 "내년에 신입생이 입학해도 2년 후에야 임상실습이 시작된다. 그런데 주요변화 계획서에는 당장 임상실습 장비 상태를 포함한 임상 교육과정 전체를 기술해야 한다"며 "이를 반영해 여유 있게 주요변화 계획서를 작성하는 게 어떻냐"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의평원 측은 학생들 위해 대학이 앞으로 6년 간의 계획안을 지금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은배 의평원 수석부원장은 "2025학년도에 입학하는 학생이 앞으로 6년 동안 어떤 학사 일정을 거치는지 기본 정도는 제시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강력해진 의평원 평가인증 기준…'의대 증원' 대학들 한숨


"'다양한' '적절한' 기준 무엇인가…정량 지표 필요해"

의평원의 모호한 기준이 대학의 애로를 가중한다는 호소도 있었다. '적절한 수의 교수를 확보해야 한다' '충분한 수의 환자를 확보하고 있다'는 등의 의평원 기준을 해석하기 힘들다는 현장의 토로다.

한 대학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학생이 쉴 적절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했는데 적절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며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게 불필요한 오해를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의평원의 안 원장은 이같은 건의에 "정량 지표의 변화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지방 국립대들 사이에서는 향후 학생 수가 줄어들었을 때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미니 의대'로 불렸던 한 대학 관계자는 "교육 시설을 무리해서 지었다가 학생이 줄면 어떻게 하나. 시설은 그렇다고 해도 교원은 정말 문제가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조건적인 시설 확충, 교원 확보를 평가하기보다 의평원과 정부가 대안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원칙적으로 의평원의 주요평가 변화에서 인증을 받지 못한 대학은 신입생을 뽑을 수 없다. 그러나 의평원은 이번 평가가 '학생'의 입장에서 관대하게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의평원 측은 '불인증'은 최악의 경우에만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의평원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학생을 보호하고 학교가 제대로 교육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것"이라며 "불인정을 받은 학교가 어떻게 될 것인지 지금 논의하는 건 매우 앞서가는 추측"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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