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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 꼬마 목소리 안 잊혀" "얼른 수습만 했으면"…황망한 유족들

등록 2024.12.30 11:51:09수정 2024.12.30 14:4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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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 참사 이틀…무안공항 곳곳 유족 울분 계속

탑승자 181명 중 179명 사망…현재 141명 신원 확인

[무안=뉴시스] 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30. 20hwan@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환 기자 =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서울·무안=뉴시스]윤현성 우지은 기자 = "사위 잃은 딸이 혼자 남은 게 짠해서 내가 있어야지. 세상물정 모르는 우리 딸과 손주 둘 어떡하나."

"지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얼른 수습만 했으면 좋겠습니다."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피해자 유족들은 30일 뉴시스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참사 발생 이틀 차인 30일 무안공항 곳곳에서는 "너무 억울하게 갔다" "하느님이 대체 왜 이러시느냐"는 등 유족들의 울분이 터져나왔다.

쉘터 텐트들 사이에 홀로 앉아 망연한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김모(74)씨는 사고 당일인 29일 딸, 손자들과 함께 무안공항을 찾았다. 김 씨는 이번 참사로 사위를 잃었다고 밝혔다. 김 씨의 사위는 회사 동료들과 함께 태국 방콕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김 씨는 "다들 제대로 잠도 못 챙겼는데, 손자들 2명이랑 딸은 아침에서야 좀 자고 있다. 섣불리 깨우지도 못하겠다"며 "딸 부부가 결혼한 지 15년 정도 됐는데, 지금은 말만 하면 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어제 (사위를) 찾았다고 명단이 나왔는데 온전하지 못하다고 한다"며 "열심히 벌어먹고 살려고 그렇게 뛰어다니던 사람인데"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 왕래를 잘하던, 일만 있으면 안 빼고 나서는 사위였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달려온 것"이라며 "장녀 사위라서 나한테 더 잘해줬다. 가족도 리더십 있게 잘 아우르면서 모임도 주도하고, 명절 때는 형제들한테 선물하고 용돈도 많이 주는 그런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김 씨는 "집에서 애기들만 키워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딸이 혼자 남은 게 너무 짠하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쉬고있는 유족·공항관계자들 사이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 지원 기관이 들어서있다. 2024.12.30. leeyj2578@newsis.com

[무안=뉴시스] 이영주 기자 = 제주항공 소속 여객기 착륙 도중 충돌 사고 이튿날인 30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2층 대합실에서 쉬고있는 유족·공항관계자들 사이로 재난심리회복지원센터 등 지원 기관이 들어서있다. 2024.12.30. [email protected]

이번 참사로 인해 아내를 잃은 A씨 또한 전날 자녀들과 함께 무안공항에 마련된 재난구호센터를 찾았다.

A씨는 "아이 엄마만 직장 동료 5명과 모임으로 다녀왔었다"며 "(생존여부) 결과는 이미 나왔고, 이제 수습이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신원 확인) 순번이 너무 지체되니까 어제 와서 새벽 4시까지 기다렸다. 공항 쉘터에서 잠도 좀 잤다"고 밝혔다.

A씨는 이야기하는 도중 눈시울이 붉어진 채 눈물을 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A씨는 "지금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다"며 "대책을 어떻게 세워야 될 지부터도 각각 의견이 다른 상황이다. 개별 행동하기도 그렇고 (의견이 정리되면) 거기에 따를 것"이라고 했다.

또다른 유족 B씨는 무안공항 대합실에서 마이크를 잡고 울분을 토했다.

가족들과 함께 태국 여행을 했다가 따로 귀국했다고 밝힌 B씨는 "여행 마지막날 저희 가족과 헤어지면서 정말 이렇게 올 줄은 몰랐다. 함께 여행을 떠났던 18명 중에 저 혼자 살아남았다"며 "저희 가족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생신이라고 따라왔던 6세 꼬마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왜 고통은 제 몫이냐"고 성토했다.

또 B씨는 "아내와 아들 시신도 찾지 못했는데 분향소가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사고 원인과 이후 대책까지 진실이 뭔지 정확히 파헤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이번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8시35분 기준 사망자 179명 중 141명의 신원 확인이 완료됐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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